[방송 스케치]SBS「북한문화재 유출」취재촬영 뒷얘기

  • 입력 1996년 10월 31일 20시 21분


「申然琇기자」 지난 28일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잠입! 북한 문화재 유출 현장」이 방영된 뒤 연출자인 안연길PD에게는 방송가 안팎 사람들로부터 질문이 잇따랐다. 『호텔과 북한 국경에서 북한 문화재가 밀거래 되는 것을 직접 찍었느냐』 『연기자들이 재연한 것 아니냐』 물론 그것은 실제 상황을 찍은 필름들이었다. 안PD와 골동품상인 오영환씨, 카메라맨 이기용씨 등 제작진이 중국에서 보낸 보름동안(지난 10월초)은 추방의 위협을 무릅쓰고 갖가지 트릭을 다 동원한 일종의 「첩보작전」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백미는 북한 국경에서 안PD가 밀매인을 내세워 북한군 수비대장과 직접 밀거래하는 장면. 이순간 안PD는 「신변의 안전」과 「방송에 대한 욕심」사이에서 갈등을 겪었다. 1백70만원가량의 계약금을 먼저 내주었음에도 이쪽을 믿지 못한 북한군이 건너오라고 두번이나 독촉했던 것. 압록강 상류인 그곳은 걸어서 건너가면 바로 북한땅. 한국인의 출입이 금지된 지역을 중국 정부의 허가없이 몰래 갔던 이들은 뒤에서 중국군 보초병이 나타나지 않을까 마음 졸이는 가운데 건너편 북한군들은 건너오라며 물건을 내주지 않고…. 초조한 4시간이 흐른 뒤 결국 북한군은 물건을 건네주었지만 오영환씨가 「1백년도 안된 가짜」라고 판정해 거래는 끝이 났다. 그러나 북한군들은 계약금중 8백달러(67만원)는 『나중에 물건으로 갚겠다』며 떼어먹었다. 호텔에서 밀거래 장면을 촬영하는데도 「작전」이 필요했다. 우선 제작진은 밀거래상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관광객과 골동품상으로 가장했다. 따라서 TV용 ENG카메라는 사용할 수 없었다. 홈비디오와 가방속에서 돌아가는 몰래카메라가 동원됐다. 제작진은 중국 호텔에 머물면서 『물건을 사겠다』고 밀거래상들을 방으로 불러들였다. 상인이 들어오면 카메라맨은 몰래 탁자에 놓인 홈비디오의 셔터를 눌렀다. 작동이 복잡한 몰래카메라는 화장실에 뒀다가 밀거래상이 오면 화장실에 들어가 카메라를 작동시키고 나서 볼일을 보고 물을 내린 뒤 슬쩍 가방을 들고 나왔다. 1시간 촬영밖에 안되는 홈비디오가 『삐삐』하며 다됐다는 신호를 울릴 때가 되면 제작진은 탁자를 안고 넘어지고 기침을 하는 등 촬영 사실을 숨기느라 진땀을 뺐다. SBS는 이 프로그램을 방송위원회에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으로 추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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