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구내식당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사무실로 급식을 직접 배달해 주거나, 주방을 없애는 등 공간 혁신에 나서는 것. 고물가로 외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구내식당 수요는 늘고 있지만, 대형 조리장에 식당을 운영하는 방식으로는 수익성 확보에 한계가 있는 만큼 구내식당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18일 현대그린푸드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전국 단체급식 사업장 9곳에서 ‘단체급식 딜리버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단체급식 딜리버리 서비스는 구내식당에서 만든 음식을 근무하는 층까지 배달해 주는 신개념 서비스다. 근무자들이 이동하고 배식받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전날 오후 1시부터 당일 오전 7시까지 점심 배달을 신청하면, 구내식당에서 당일 생산한 간편식을 각 층 휴게공간까지 배송해 준다.
18일 서울 강남구 현대오토에버 사옥 16층 휴게 공간에 현대그린푸드 직원이 ‘단체급식 딜리버리 서비스’로 주문 받은 음식을 채워넣고 있다. 현대그린푸드 제공현대그린푸드는 이 서비스 도입을 통해 구내식당이 사실상 근무처로 확장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공간 확장 없이도 근로자들이 구내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 유도한다는 것. 현대그린푸드는 점심시간 엘리베이터 혼잡도가 높은 고층 오피스나 구내식당과 근무지 간 거리가 먼 대형 제조공장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 측은 “딜리버리 서비스가 외부 식당으로 이탈할 수 있는 고객을 붙잡는 ‘록인(Lock-in) 수단’으로 작용한다”며 “서비스 운영 사업장을 3년 내 5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CJ프레시웨이는 ‘조리 공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익성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키친리스’ 모델이다. 중앙 조리시설에서 조리한 메뉴를 각 사업장으로 공급하거나 샌드위치·샐러드·도시락 등 간편식 형태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기존 단체급식은 사업장 안에 조리시설과 상주 조리 인력이 필요했지만, 키친리스 모델은 별도 주방 없이도 급식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 CJ프레시웨이의 키친리스 관련 매출은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삼성웰스토리는 조리 로봇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미래형 급식’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반복 조리 업무를 자동화해 인력 부담을 낮추고, 수요 예측과 식재료 관리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지난해에는 구내식당 구역별 혼잡도와 예상 대기시간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AI 피플카운팅’ 시스템 등을 도입했다. 조리 자동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2023년 업계 최초로 국·탕 전용 조리로봇 ‘웰리봇’을 도입한 데 이어 현재까지 약 10개 사업장에 300여 대의 자동화 기기를 적용했다.
급식업계는 최근 매출은 성장세이나 수익성 개선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CJ프레시웨이 매출은 올해 1분기에도 8339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4% 늘었다. 삼성웰스토리 역시 같은 기간 8242억 원으로 6.9% 늘었고, 현대그린푸드도 6215억 원으로 전년 대비 8.9% 신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가 압박 상승 등으로 1분기 영업이익률은 현대그린푸드 7.5%를 제외하고 삼성웰스토리 1.7%, CJ프레시웨이 1.3% 등 1%대에 머물렀다.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구내식당을 찾는 직장인이 늘었지만, 식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과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한 비용 부담도 덩달아 증가해서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 김수경 수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식품업계 내 맛·안전·인건비 등을 고려해 푸드테크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며 “급식업계에서도 이같은 기술들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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