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4지구 입찰 하루 만에 유찰… 절차·정당성 논란 확산

  • 동아경제

경쟁입찰 성립 직후 유찰 결정… 업계 “이례적 판단”
필수 제출 요건 아닌 서류 문제 삼아 입찰 종료
의결 절차 거치지 않은 유찰 결정·제안서 미개봉 논란… 법적 쟁점 부상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 전경.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 전경.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이 마감 하루 만에 유찰 처리되면서 조합의 의사결정 과정과 절차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경쟁입찰이 성립된 직후 별도의 보완이나 평가 절차 없이 곧바로 입찰을 종료한 사례는 업계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경쟁입찰이 성립될 경우 제안서 비교와 보완 절차를 거쳐 최종 평가가 진행되지만, 이번 사례는 이러한 과정 없이 즉시 유찰이 결정됐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조합은 지난 2월 9일 입찰을 마감했고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참여해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그러나 조합은 다음 날인 10일 대우건설이 일부 분야 도면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찰을 유찰 처리했다고 통보하고 곧바로 2차 입찰 공고를 게시했다.

조합은 대우건설이 ‘흙막이, 전기, 통신, 구조, 조경, 소방, 기계, 부대토목’ 분야 세부 도면을 제출하지 않아 입찰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해당 도서들이 입찰 단계에서 반드시 제출해야 할 필수 항목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았던 만큼, 당초 요구되지 않았던 서류를 근거로 입찰을 종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비사업 관계자는 “국토부 지침에 따르면 시공자 선정 입찰 단계는 실시설계가 아니라 개념 설계와 공사비, 사업 수행 능력을 비교하는 단계”라며 “특정 분야 세부 설계도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입찰 자체를 무효로 돌리는 사례는 거의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법적 쟁점도 뒤따른다. 법원은 과거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 과정에서 일부 설계 도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입찰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으며, 입찰 이후 사후적으로 기준을 적용해 경쟁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 역시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여러 차례 제시해 왔다.

또 다른 쟁점은 경쟁입찰의 핵심 절차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합이 입찰을 유찰로 판단하면서 경쟁사인 롯데건설의 제안서는 개봉이나 평가 절차 없이 입찰 절차가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비사업 전문가들은 경쟁입찰의 취지를 감안할 때 제안서 검토 없이 입찰을 종료한 판단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판례 취지를 고려할 때 향후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조합이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조합이 유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사회나 대의원회 등 내부 의결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자 선정은 사업 수익성과 조합원 부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사안으로, 통상 주요 결정은 내부 의결기구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입찰 유효성 판단은 조합 재량 영역이지만 그 재량 역시 정관과 절차 범위 안에서 행사돼야 한다”면서 “이사회나 대의원회 의결 없이 유찰을 결정했다면 향후 절차 위반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특정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정비사업 전반의 절차 투명성과 공정성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법률 전문가는 “조합은 경쟁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 주체”라면서 “절차적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결국 조합과 조합원을 보호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측은 조합의 유찰 결정이 이사회나 대의원회 등 내부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뤄졌다고 주장하면서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입찰지침과 입찰참여안내서에는 ‘대안설계 계획서’ 제출만을 요구하고 있을 뿐, 조합이 문제 삼은 분야별 세부 도면은 필수 제출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관련 법령·지침 및 판례에서도 해당 서류를 입찰 필수 요건으로 보지 않고 있다며 이번 유찰 판단에 대해 법적·절차적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합은 이날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 공고를 냈다. 현장 설명회는 오는 19일, 입찰 마감일은 오는 4월 6일이며 공사비와 입찰 보증금 등 기존 조건은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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