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이날 유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EU FTA 이행 일정에 따라 미국과 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가 추가로 진행됐다. 정부는 2011년 유럽연합(EU), 2012년 미국과 각각 FTA를 체결하며 평균 36%에 달하던 유제품 관세율을 장기간에 걸쳐 인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 장벽이 한층 낮아지면서 수입산 유제품의 존재감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26.1.1.뉴스1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는 수입산 우유가 올해 무관세 혜택까지 받게 되면서 리터(L)당 약 40원 추가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산 멸균우유가 물가 상승으로 장바구니 부담이 커진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수요를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저출생 여파로 우유 소비가 줄어든 가운데 수입산 공세까지 겹치며 국내 낙농·유업계의 고민은 한층 깊어지게 됐다.
5일 관세청에 따르면 미국산 우유는 1일부터 관세가 0%로 인하됐다. 유럽산 우유는 7월부터 전면 철폐된다. 정부가 2011년 유럽연합(EU), 2012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뒤 평균 36%에 달하던 유제품 관세를 단계적으로 낮춰온 데 따른 결과다.
이미 수입산 우유는 국내산보다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폴란드산 멸균우유 ‘믈레코비타 3.5%’(1L)의 대형마트 온라인몰 기준 가격은 1950~1900원(100mL당 195~190원)이다. 같은 용량의 국내산 신선우유인 ‘서울우유 나100%’(100mL당 297원)와 비교하면 약 35%가량 낮다. 업계에서는 관세 인하 효과가 반영되면 수입 우유의 소비자 판매가격이 리터당 약 40원 추가로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 멸균우유 수입량은 급증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2016년 1214t이던 멸균우유 수입량은 2019년 처음 1만t을 넘어선 데 이어 2024년 4만8671t으로 증가했다. 8년 만에 40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1~11월 수입량은 4만5720t으로 전년도 연간 수입량의 90%를 넘어섰다. 관세 인하가 본격화되면 수입산 멸균우유의 공세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 인하 효과는 개인 카페나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와 달리 소량 구매에 의존해 단가 부담이 큰 데다, 최근 원두와 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비용 압박도 커졌기 때문이다. 소비기한이 길어 재고 관리가 수월하다는 점도 수요 확대 이유로 꼽힌다. 수입산 멸균우유의 소비기한은 1년인 반면 국내산은 14∼16주 수준이다. 디저트 업계 관계자는 “빵은 우유에 따른 맛 차이가 크지 않다 보니 저렴한 수입산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미 원가 부담이 큰데 관세가 낮아지면 수입산 사용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물가 부담에 소비자 수요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2024년 실시한 소비자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입 멸균우유를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은 구매 이유로 ‘국산 시유보다 보관이 간편해서’(60.9%)를 가장 많이 꼽았고, 가격이 저렴해서(26.4%)가 뒤를 이었다.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강하나 씨(31)는 “멸균우유는 프랑스산 ‘에쉬레(ECHIRE)’만 1년째 집 앞 트레이더스에서 구입해 먹고 있다”며 “국내산보다 ‘가성비’가 좋고 유통기한도 길어 다 마시지 못해도 요리에 활용하면서 오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구 감소로 인한 우유 소비 위축이 겹치며 국내 유업계 업황은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성장기 아동을 중심으로 소비되는 우유의 특성상 학교 급식 물량 감소 등으로 수요 위축이 이미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1인당 백색시유(흰 우유) 소비량은 2021년 26.6kg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25.3kg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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