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올드&] 1위 내준 노보노 ‘위고비 필’ 출시
내달 美 출시… 주사제와 효능 비슷
‘마운자로’로 1위 된 일라이릴리도
‘요요’ 부작용 줄인 알약 승인 신청… 주사 환자 얼마나 흡수할지가 관건
‘먹는 위고비’의 시대가 열렸다. 그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주사에서 알약 형태로 개발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 승인을 받았다. 체중 감량 효과가 높으면서도 편의성이 대폭 개선돼 비만 치료제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노보노디스크는 FDA로부터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성분이 같은 세마글루타이드를 알약 형태로 만든 ‘위고비 필’을 승인받았다. 세마글루타이드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의 성분으로,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늘리고 식욕을 억제해 체중을 줄인다.
● 싸고 편하고 효과 좋고… ‘알약 전성시대’
이번에 승인된 위고비 필은 임상시험에서 투여군의 체중을 평균적으로 16.6%가량 감소시켰고, 참가자 3명 중 1명은 체중의 20% 이상을 감량했다. 이는 주사제 형태의 위고비와 비슷한 수준의 효과다.
하루에 한 알만 복용하면 돼 편의성도 크게 높아졌다. 현재 GLP-1 비만 치료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는 모두 일주일에 한 번 주사를 맞아야 한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 필을 내년 1월 미국에서 출시할 계획이며, 유럽 등 다른 국가에도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가장 저용량 알약의 가격은 149달러(약 21만 원)로 책정됐다. 이는 위고비, 마운자로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올해 1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맺은 약가 인하 계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데이비드 무어 노보노디스크 북미사업부 수석부사장은 “우리는 이제 하루 한 알 복용하는 알약으로 주사제와 같은 효능을 얻을 수 있게 됐다”며 “이는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우리가 지금껏 걸어온 길과 완전히 다른 변화”라고 했다.
● 계속되는 비만 치료제 주도권 경쟁
서울 강남구 소재 약국에서 약사가 입고된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노보노디스크의 알약 형태 비만치료제 ‘위고비 필’을 승인하면서 이제 먹는 비만약 시대가 열렸다. 뉴스1업계에서는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에 비만 치료제 1위 자리를 내준 노보노디스크가 이번 위고비 필 출시를 계기로 본격적인 추격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 기업인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시머스 페르난데스 선임 애널리스트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위고비 필 출시가 노보노디스크의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기대감이 반영돼 승인 사실이 발표된 23일(현지 시간)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전날 대비 약 7.3% 올랐다.
일라이릴리 역시 이달 18일(현지 시간) FDA에 경구용 GLP-1 치료제인 ‘오르포르글리프론’의 허가 승인을 신청했다. 오르포르글리프론은 임상 결과 평균적으로 약 12.4%의 체중을 감량했다. 위고비 필에 비해 감량 효과는 다소 작지만 위고비 및 마운자로 주사제로 체중을 감량한 환자들이 오르포르글리프론으로 전환했을 때도 체중 감량이 유지됐다. GLP-1 비만 치료제의 대표적 부작용인 ‘요요’ 현상을 방지하는 데 오르포르글리프론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비영리 건강 정책 연구 기관 KFF에 따르면 미국 성인 8명 중 1명꼴로 당뇨 및 비만 치료를 위해 GLP-1 계열의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 이미 주사제를 투여하고 있는 환자가 많은 만큼 이 시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흡수하느냐가 알약 비만 치료제 시장의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라이릴리는 FDA 신속 심사를 통해 내년 초 승인을 받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는 지난해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가 약 300억 달러(약 43조3500억 원)를 돌파했으며, 연평균 30%로 성장해 2030년에는 2000억 달러(약 289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