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성급 호텔서 고급 식사를 즐기고 인피니티 풀에서 인증 사진을 남기는 여행. 물론 좋지만 너무 뻔하고 조금은 심심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당연하다.
디지털 세상에 지친 2030세대의 여행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젊은 층 사이에서 옛것에 대한 향수가 번지는 중이다. 화려한 도시의 네온사인을 뒤로하고 장작 타는 냄새와 가마솥 김이 솟아오르는 곳으로 떠난다. 이들에게 농촌은 ‘심심한 시골’이 아니다. 완벽한 오프라인 세상이자 직접 움직여야만 보상이 주어지는 거대한 ‘오픈 월드 게임(자유롭게 탐험하며 즐기는 방식의 게임)’이다.
요즘 농촌 여행의 핵심은 ‘플레이’다. 마치 인기 게임 ‘스타듀밸리(농장 경영 시뮬레이션)’나 ‘동물의 숲(섬에서 자급자족)’ 속에 들어온 것처럼 직접 몸을 움직여 임무를 수행한다.
강원 인제군의 ‘하추리산촌마을’에 가면 장작불을 지펴 가마솥에 직접 밥을 짓고 맷돌로 콩을 갈아 두부를 만들어 볼 수 있다. 전북 임실군의 ‘임실치즈마을’에서는 우유를 이용해 나만의 치즈를 빚고 갓 구운 피자 위에 올려 먹어 보기도 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갤러리를 채우는 사진의 결도 달라졌다. 앱으로 보정한 얼굴 사진 대신 계절 그대로의 색감을 담는 것이 인기다. 전북 완주군의 ‘오성한옥마을’은 BTS가 화보를 촬영할 정도로 매력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마을 주민이 합심해 조성한 20여 채의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농촌 감성을 한껏 자아낸다.
미식의 기준도 달라졌다. 꽃바지에 밀짚모자 차림의 ‘촌캉스 룩’으로 ‘팜마카세(농장에서 제철 재료로 만든 셰프의 요리)’를 즐기는 것이 요즘 2030의 힙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강원도 양양군 ‘달래촌마을’의 약선밥상은 지역 특산물로 정성껏 차린 건강식이다. 식사 후엔 핀란드식 사우나에서 몸을 녹이는 것도 좋다.
이 거대한 오픈 월드에도 길잡이는 필요하다. 치트키를 쓰고 싶다면 ‘국민이 뽑은 2025 농촌여행지 스타(★)마을 20선’을 공략집으로 써보자. 국민과 함께 선정한 전국 우수 농촌체험마을 목록으로 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에서 ‘제일 잘 나가는 스타마을’을 검색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주말 익숙한 호캉스 대신 흙냄새 나는 현실판 게임에 접속해 보자. 로그아웃 없는 이 생생한 감각들이 당신의 일상에 작은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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