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가 받치고 매수는 관망… 부동산 시장 ‘완만한 상승·속도 조절’

  • 동아경제

잠실 롯데타워에서 내려다본 서울시내 전경.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잠실 롯데타워에서 내려다본 서울시내 전경.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부동산 시장은 가격 상승 흐름은 이어지고 있지만 매수 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며 상승세가 완만해지는 모습이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지지하는 구조는 유지되고 있으나 매수우위지수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며 시장 전반에 관망 기류가 짙어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2월 셋째 주 기준 전국 매수우위지수는 40.5로 집계됐다. 기준선인 100을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매수보다 관망 심리가 우세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몇 주간 매매가격은 소폭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심리지표는 뚜렷한 회복 신호를 보이지 못하면서 상승의 탄력은 점차 약해지는 모습이다.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76.5로 전주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기준선 아래에 머물러 있다. 강북권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부담과 실거주 수요를 중심으로 매수 심리가 다소 개선된 반면, 강남권은 고가 부담과 관망 심리가 맞물리며 지수가 하락했다. 이는 서울 내에서도 상승 기대감이 전반적으로 확산되기보다는 제한적인 지역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경기와 인천 역시 매수 심리는 낮은 수준이다. 경기는 43.6, 인천은 33.1로 집계돼 적극적인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10월 중순 이후 매수세 유입과 이탈이 반복되는 혼조세가 이어지며 시장 참여자들이 방향성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와 달리 전세시장은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40주 연속 상승하며 0.07% 올랐다. 다만 상승폭은 전주 대비 소폭 둔화됐다. 수도권 전세가격은 서울 0.09%, 경기 0.09%, 인천 0.02%로 모두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 전세시장은 44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지만 최근 들어 상승폭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이는 전세 수요는 견조하지만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상승 속도는 자연스럽게 조절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경기 지역에서는 하남·용인·수원 등 전세 매물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용인 수지구는 전세와 매매 모두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실거주 수요가 가격을 지탱하는 핵심 지역으로 꼽힌다. 반면 과천 등 일부 지역은 재건축 이주 수요가 마무리되며 전세가격이 약세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을 ‘전세가가 하방을 지지하는 가운데, 매수 심리 부진으로 상승세가 완만해지는 국면’으로 보고 있다. 전세가격 상승은 매매가격의 급락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매수 심리가 회복되지 않는 한 가격 상승이 빠르게 확대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은 전세 수요가 매매가격을 받쳐주는 구조이지만, 매수 심리가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으면 상승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용인이나 성남 일부 지역처럼 수요가 집중된 곳을 제외하면 당분간은 완만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