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왼쪽)이 압둘라 알 하마드 UAE 국립 미디어 오피스 의장과 만나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 CJ그룹 제공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를 찾아 중동 시장 확장에 나섰다. 이 회장의 중동 방문은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 문화부 공식 초청 이후 1년여 만이다. 1995년 영상산업 세계 진출을 선언한 이후 30년 가까이 글로벌 사업 경험을 쌓아온 CJ그룹이 UAE를 거점 삼아 중동 시장을 K컬처의 신성장 무대로 삼으려는 행보로 읽힌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6일(현지 시간)부터 약 일주일간 UAE를 방문했다고 17일 밝혔다. 4월 일본, 8월 미국, 9월 영국에 이어 올해 글로벌 현장 경영의 마지막 행선지로 중동을 택한 것이다. 이번 현장 경영에는 이미경 CJ 부회장과 김홍기 CJ주식회사 대표, 윤상현 CJ ENM 대표, 이선호 CJ 미래기획그룹장 등이 동행했다.
현지 일정은 UAE 정부 유력 인사들과의 사업 협력 접점을 넓히는 데 집중됐다. 이 회장은 UAE 행정청장이자 국부펀드 무바달라 최고경영자(CEO)인 칼둔 알 무바라크와 만나 문화·경제 분야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모하메드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문화관광부 의장, 압둘라 알 하마드 UAE 국립 미디어 오피스 의장과도 만났다. 면담에서는 미디어·콘텐츠·관광·스포츠 등 문화 분야를 아우르는 현지 협력 가능성과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현지 임직원을 만나 식품 할랄 성장 전략도 점검했다. 이 회장은 “잠재력 높은 중동 시장에서 K웨이브를 절대 놓치지 말고 신성장동력을 만들어 가야 한다”며 “전 세계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이끄는 글로벌 컴퍼니로 도약하려면 성장에 대한 절실함을 갖고 신영토 확장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했다.
이재현 회장이 16일 필동 CJ인재원에서 살렘 빈 칼리드 알 카시미 UAE 문화부 장관을 접견했다. CJ그룹 제공이 회장의 행보는 CJ그룹이 UAE를 거점으로 K컬처를 중동 전역으로 확장하려는 구상과 맞닿아 있다. UAE는 인구 6억 명 규모의 중동·아프리카(MENA) 시장을 잇는 지리적 요충지로 꼽힌다. KOTRA에 따르면 인구 절반 이상이 30세 미만의 디지털 세대라 글로벌 트렌드에 대한 수용도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UAE 내 K뷰티와 K푸드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올해 1~9월 한국 화장품 UAE 수출액은 1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9.7% 늘었다. 올해 1~10월 한국 농식품 UAE 수출액은 2억75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3.2% 증가했다.
CJ올리브영은 자체 화장품 브랜드 ‘웨이크메이크’를 앞세워 2022년부터 중동 뷰티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달엔 UAE 대표 헬스케어 유통사인 라이프헬스케어그룹(LHG)과 K뷰티 유통 협력을 위한 MOU을 맺었다. CJ제일제당은 2015년 비비고 만두·김치·김스낵으로 UAE 현지 마트업계 2위 ‘룰루하이퍼마켓’에 입점했다. 지난달엔 UAE 현지 기업 알카야트인베스트먼츠(AKI)와 K푸드 유통 등을 위한 MOU을 체결했다.
CJ그룹은 이번 이 회장의 현장 경영을 계기로 중동 지역에서 식품, 엔터테인먼트, 뷰티 등 주요 사업 전반으로 활동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