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APEC]
3시간 ‘치맥 회동’… 3社 대규모 AI칩 계약 앞두고 만나
황, 700만원 日하쿠슈 25년산 선물… 황 “내가 쏜다”에 鄭 “2차는 내가”
엔비디아 지포스 페스티벌 동행
황, 1996년 받은 ‘이건희 편지’ 소개… “한국 초고속 인터넷 연결 내용 담겨”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오른쪽)가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에 맥주를 곁들인 ‘치맥’ 회동을 하고 있다. 이날 파격적인 글로벌 기업 총수들의 치맥 모습을 보기 위해 수백 명의 취재진과 시민이 몰렸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국 치킨집에서 한국과 미국 대표 기업들의 인공지능(AI) ‘깐부 동맹’이 결성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3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치킨 가게에서 만나 3자 ‘치맥(치킨+맥주)’ 회동을 가졌다. 이날 만남은 같은 날 인근에서 열린 엔비디아 행사장까지 총 3시간가량 이어졌다.
● 파격적인 기업 총수들의 회동
이날 회동은 파격 그 자체였다. 황 CEO가 “오늘은 내 인생 최고의 날”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엔비디아와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등 시가총액을 모두 합치면 약 8300조 원에 이르는 글로벌 기업의 총수 3명이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을 찾아 수백 명의 시민들 앞에서 공개 치맥을 즐겼다.
황 CEO는 이날 입국 뒤 오후 7시 20분경 정 회장과 함께 치킨집에 들어섰다. 특유의 검은 가죽점퍼와 반팔 검은티 차림이었다. 이 회장은 5분가량 늦게 도착해 황 CEO와 포옹했다. 이 회장과 정 회장 역시 편한 흰색 티셔츠를 입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30일 이재용, 정의선 회장과 ‘치맥 회동’을 시작하기 전에 두 회장에게 선물한 ‘하쿠슈(白州)’ 위스키(위 사진). 세 총수는 분위기가 고조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팔을 교차해 ‘소맥’을 마시는 ‘러브샷’을 하기도 했다. 채널A 화면 캡처·변영욱 기자 cut@donga.com이번 회동은 황 CEO가 한국의 치맥 문화를 체험하고 싶어해 진행됐다. 황 CEO는 프라이드치킨, 골뱅이무침, 치즈스틱 등을 안주로 시켜 이 회장, 정 회장과 나눠 먹었다. 이들은 맥주를 마시다 옆 테이블에 있던 소주와 맥주를 섞는 장치인 ‘소맥 타워’로 만든 소맥을 여러 잔 마시기도 했다. 세 사람은 팔을 교차해 술을 마시는 ‘러브샷’도 했다.
황 CEO가 “오늘 저녁을 쏘겠다(Dinner is Free)”라고 외치자 정 회장이 “2차는 제가 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다만 실제 계산은 이 회장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해당 매장의 전체 테이블 식사비는 약 250만 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 한밤 3시간 이어진 깐부 동맹
이날 회동에서 글로벌 기업 총수들의 소탈한 모습이 고스란히 생중계됐다. 황 CEO는 식사 도중 시민들에게 김밥, 바나나우유와 치킨 등을 나눠 주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그사이 이 회장이 “치맥 먹는 거 한 십 년 만인 것 같다”고 말하자 정 회장은 “난 자주 먹는다”고 답했다.
황 CEO는 이 회장과 정 회장에게 700만 원 상당인 일본 하쿠슈25년 위스키와 자사 ‘DGX 스파크’ AI 슈퍼컴퓨터 등을 선물했다. 선물에는 “우리의 파트너십과 세계의 미래를 위해!(TO OUR PARTNERSHIP AND FUTURE OF THE WORLD!)”라고 적은 뒤 사인했다.
매장 상호명인 ‘깐부’가 친한 친구를 뜻한다는 점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우리는 깐부잖아”라는 대사로 유명해진 점에서 이번 장소를 결정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황 CEO는 “나는 친구들과 치맥을 즐기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깐부는 완벽한 장소”라고 말했다. 황 CEO는 치킨 매장에서 “너무 좋고 행복하다(So good. So Happy)”라고 몇 차례 말했다. 이 회장 역시 치킨 매장을 떠나며 “살아보니까 행복이라는 게 별것 없어요. 좋은 사람들끼리 맛있는 것 먹고 한잔하는 그런 게 행복”이라고 했다. 오후 8시 40분까지 1시간 20분가량 이어진 이들의 한밤 치맥 회동은 인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엔비디아 주최로 열리던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로 이어졌다.
황 CEO는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시민들과 만나 “AI가 모든 산업을 바꿀 것이며,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단일 산업이 될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미래와 AI의 미래는 매우 밝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인 29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최고치인 207.04달러에 거래를 마쳐 역사상 처음 시가총액 5조 달러(약 7410조 원)를 돌파해 세계 3위 경제대국인 독일의 경제규모(국내총생산·GDP)를 뛰어넘었다.
총수 3명은 코엑스 페스티벌 무대에도 함께 올랐다. 황 CEO는 마치 록스타처럼 이 회장과 정 회장을 소개했다. 소개받은 이 회장은 ‘이재용’을 외치는 관객들에게 “감사하다. 그런데 아이폰이 왜 이리 많냐”고 농담하기도 했다. 황 CEO는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으로부터 받은 편지도 소개했다. 그는 “1996년 제 인생 처음으로 한국에서 편지를 받았다. 그 편지 내용은 한국을 초고속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앱을 만들고, 나의 지원을 받고 싶다는 것이었다”며 “그게 한국에 온 첫 계기”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 “제 아버지가 보낸 편지”라고 답했다. 이들은 무대 앞에 모인 관객들에게 엔비디아 선물 티셔츠까지 함께 나눠 준 뒤인 오후 10시경이 되어서야 헤어졌다.
● 엔비디아-한국 기업 ‘AI 동맹’ 체결 전망
이번 회동은 31일 엔비디아와 국내 기업 간 대규모 AI 반도체 계약을 앞두고 추진한 자리였다. 황 CEO는 같은 날 경북 경주시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석해 특별 연사로 나설 예정이다. 경주 현장에서 엔비디아와 국내 기업 간 대규모 AI 반도체 협력에 대한 발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 및 삼성전자, SK, 현대차, 네이버 등과 거대 ‘AI 동맹’을 맺고 최신 GPU 블랙웰 등 AI칩 수십만 개 이상의 물량을 공급할 계획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10조 원 이상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황 CEO는 “31일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엔비디아가 한국에서 여러 가지를 준비하는 만큼 내일 좋은 소식과 함께 여러 프로젝트를 공유할 것”이라고 취재진들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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