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예금 1년새 6.7% 늘어 93조원
엔화-유로화 약세에 달러화 강세
안전자산 쏠림 현상 당분간 지속될 듯
美셧다운 길어져 약달러 전환 전망도
추석 연휴 직후인 13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외환 당국이 구두 개입까지 나선 가운데 5대 은행의 달러 예금이 2영업일 만에 90억 달러(약 12조8790억 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재점화 등 여파로 외환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당분간 안전 자산인 달러 예금 선호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13일 기준 달러 예금 잔액은 653억4700만 달러(약 93조5116억 원)로 집계됐다. 추석 연휴 직전인 2일 달러 예금 잔액 563억4200만 달러에 비해 90억500만 달러(16%) 늘어난 것이다. 연휴(3∼9일)가 끝난 10일에는 64억3400만 달러가 순유입됐고, 13일에는 25억7100만 달러가 유입됐다.
13일 달러 예금 잔액은 약 1년 전인 지난해 10월 말(612억3600만 달러)에 비해서는 6.7%(41억1100만 달러) 불어났다. 원-달러 평균 환율이 1323.57원이었던 2024년 1월(593억5600만 달러)과 비교해도 10.1%(59억9100만 달러) 늘어났다.
원-달러 환율은 추석 연휴가 끝난 10일 1421원으로, 연휴 직전인 2일(1400원)보다 21원 급등하더니 13일에는 장중 1430원을 터치하고 1425.8원에 마감했다. 14일에는 143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달러 대출 잔액은 13일 기준 62억5000만 달러로 전년 10월 말(80억3300만 달러) 대비 22.2%(17억8300만 달러) 줄었다. 은행 관계자는 “달러 강세 구간에서는 투자자들이 외화예금을 늘리지만, 기업들은 위험 회피(환 헤지)를 위해서 외화대출을 줄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원화 가치 하락은 미중 무역 갈등에 더해 최근 아베노믹스를 지지하며 금리 인상에 반대했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자민당 총재의 당선으로 엔화 가치가 내림세인 영향을 받았다. 프랑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 사임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에 유로화도 약세를 보여 달러화 강세가 뚜렷해진 측면도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이어져 달러 자산 보유 현상도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한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팬데믹 이후 수출 기업은 달러 등 외화 보유 비중을 늘리고 있고, 수입 기업은 환율 변동성으로 달러를 미리 사두려는 경향성을 보인다”라며 “미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서학 개미’가 많아지면서 최근 늘어난 국내 자본 시장의 외국인 자금 유입을 희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미 연방정부의 일시 업무 정지(셧다운)가 장기화하면 달러 약세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애널리스트는 “과거 미국 셧다운이 10일 이상 지속됐던 경우는 총 7번인데, 당시 미 달러화 지수는 1979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락했다”라며 “최근 글로벌 강달러의 주요인인 일본, 프랑스 등 정치 이슈가 해소되면 달러가 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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