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상장 유지 기준… ‘좀비기업’ 되지 않으려면[기고/정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8일 03시 00분


정지원 삼일PwC 상장기업지원센터장
정지원 삼일PwC 상장기업지원센터장
지난달 21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기업공개(IPO) 및 상장 폐지 제도 개선안은 상장 유지 요건을 강화하고 퇴출 절차를 신속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국내 증시의 저평가를 해소하고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개선안에 따라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면 2029년에는 코스피 62개사(전체 7%), 코스닥 137개사(전체 8%)가 상장 폐지 요건에 해당된다. 하반기부터는 2회 연속 감사의견 미달 시(적정이 아니라 한정, 부적정, 의견 거절 등) 상장이 즉시 폐지된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더 많은 기업이 상장 폐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투자자와 경영진 모두 이에 철저히 대비하고 위험 요소를 관리해야 할 시기다.

개선안에 따라 상장 폐지 가능성이 높아진 기업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시가총액과 매출액 기준으로 상장 폐지 요건에 근접한 기업이다. 일부 기업은 형식적인 위탁 거래나 가공 계약을 통해 매출액 등 상장 유지 요건을 충족하려고 시도한다. 이런 거래는 감사 과정에서 매출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며, 비정상적인 거래로 간주돼 적정 감사 의견을 받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둘째,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따라 의견 거절을 받은 기업이다. 현행 상장 규정상 내부회계관리제도 의견 거절이 직접적인 상장 폐지 사유는 아니다. 하지만 내부통제 시스템이 미흡한 기업은 결국 재무 투명성이 떨어지고 상장 폐지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19년 내부회계관리제도에서 의견 거절을 받은 77개 기업 중 35개 기업(약 45%)이 상장 폐지됐다. 2020년에도 의견 거절을 받은 78개 기업 중 33개 기업(약 42%)이 상장 폐지됐다.

마지막은 지속적으로 저평가되거나 성과가 낮은 기업이다. 경영진은 기업의 적자가 지속된다면 부실 사업을 신속히 정리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제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신사업에 투자할 때는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 성급하게 신사업에 진출했다가 새로운 부실을 초래해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되거나 회계감사 시 주요 이슈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상장 폐지 위험이 높은 기업은 감사 의견 관리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되며, 이로 인해 상장 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상장 폐지 심사 기간이 단축되면서 감사 의견이 기업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졌다. 특히 감사 의견 거절 시 부여되는 개선 기간(1년)은 이슈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상당히 짧은 시간이다. 기업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외부 전문가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며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외부 감사인과의 지속적인 소통 체계를 구축하고, 연중 회계 이슈를 점검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회계감사가 단순히 회계부서의 업무가 아니라, 경영진이 직접 관리해야 할 전사적 핵심 과제라는 인식의 전환이다.

#상장 유지 기준#좀비기업#I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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