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생산차질 물량 그뒤에 회복”
현대차의 노조상대 손배청구 기각
재계선 노조에 면죄부 줄까 우려
최근 노조의 공장 점거에 따른 회사 측 손해를 노조가 물어줄 필요가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달 6일 부산고등법원은 현대자동차 금속노조 비정규직지회 노조원 A 씨 등에 대한 현대차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2012년 8월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울산공장을 점거해 가동을 중단시켰습니다. 현대차는 이로 인해 생산량 저하, 피해복구비 발생 등의 손실을 보았다며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죠. 이에 1, 2심 재판부는 현대차의 손실 발생을 인정해 노조 및 A 씨 측에 3억여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23년 6월 이 사건을 파기 환송했고, 이번에 부산고법이 “생산 차질 물량은 그 뒤에 회복됐다”는 이유를 들어 노조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을 두고 법원이 ‘입증 책임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노조의 손을 들어주기 위해선 파업 후 추가 생산으로 부족분이 만회됐는지를 노조 측이 증명해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가 없었다는 것이죠. 게다가 A 씨 등 노조원들은 이미 해당 점거를 포함해 수차례의 공장 불법 점거 행위로 형사재판에서 벌금형을 받은 바 있습니다. 법원이 노조의 불법 사실을 인정해놓고 민사 재판에선 책임을 묻지 않은 모순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재계에선 이번 판결이 자칫 노조에 면죄부를 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노조의 불법 행위에도 민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노조가 생산설비 점거 같은 극단적 쟁의 행위에 나설 가능성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차는 지난달 신형 팰리세이드 신차 발표회에 노사 대표가 나란히 참석하며 눈길을 끈 적이 있습니다. 자동차 업계의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노사 협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 주목을 받았습니다. 자칫 이번 판결이 보폭을 맞춰 달려가는 노사 관계에 모래주머니를 채우는 게 아닐지 걱정스럽습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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