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이마트,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카드 꺼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5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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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이마트. ⓒ News1


이마트가 1993년 창립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지난해 창사 후 첫 적자를 내는 등 부진한 실적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8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56)의 승진 이후 이뤄진 첫 인적 구조조정으로 ‘사업 효율화’를 위한 추가적인 방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날 사내게시판에 희망퇴직 실시를 공지했다. 근속 15년 차 이상의 수석부장~과장급 인력을 대상으로 다음 달 12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퇴직자에게는 법정 퇴직금 외에 월 기본급 40개월 치인 특별퇴직금과 생활지원금 2500만 원을 지급한다. 이와 별도로 전직지원금도 직급별로 최대 3000만 원까지 준다.

이마트가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1993년 서울 도봉구 창동에 이마트 1호점을 낸 이래 처음이다. 한채양 이마트 사장은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를 통해 “무거운 마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이번 조치를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마트 측은 “수년간 이어진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실시 배경을 설명했다.

이마트는 폐점을 앞둔 서울 중랑구 상봉점과 충남 천안시 펜타포트점 직원을 대상으로 올해 초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예전에는 문을 닫는 점포 인력을 인근 점포로 재배치했지만, 이와 다른 조치를 시범적으로 시행한 것이다. 이마트 직원 수는 지난해 2만2744명으로 전년 대비 1100여 명 줄었는데, 올해 추가 감원이 이뤄지고 있다.

업계에선 실적 부진에 빠진 이마트가 한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29조4722억 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으나 469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2011년 신세계 대형마트 사업부문에서 독립한 이후 첫 적자였다. 여기엔 이마트가 지분 70.5%를 가진 신세계건설이 1800억 원대 대규모 적자를 낸 게 결정적이었다. 이마트 자체 영업이익 역시 작년 18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3% 줄었다.

시장 환경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통 트렌드가 바뀌면서 국내 이커머스 1위 업체인 쿠팡은 지난해 이마트 매출을 추월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의 이커머스 업체도 한국 내 가입자 수를 빠르게 늘리며 추격하고 있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 승진한 정 회장이 승진 첫날부터 계열사 CEO들과 함께 위기 극복을 위한 전략회의를 열었던 것도 강력한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는 정 회장 승진 나흘 뒤 각 계열사 실적에 따라 수시로 임원을 교체하겠다는 발표도 내놨다. 신상필벌 인사 제도를 본격적으로 가동해 실적난에 빠진 그룹 계열사의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효율적인 경영을 위한 통폐합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2025년까지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를 통합하기로 하고 관련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애완동물 용품 전용 판매장 ‘몰리스’ 사업부를 폐지하고 패션·몰리스로 조직을 개편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마트를 시작으로 인력 감축 논의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오픈마켓 업체 11번가는 지난해 말에 이어 두 번째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는 만 35세 이상 5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번엔 전 직원으로 확대했다. 앞서 롯데마트는 2021년 상반기(1~6월)에 창사 후 첫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이후 추가로 두 차례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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