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운영 실적으로 글로벌 원전 시장서 경쟁력 확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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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
1만2000여 대 설비 24시간 감시
불시 정지 건수, 세계 최저 수준
해외 사업 관리 체계 고도화 위해
리스크 관리-수익성 우선 추진

신고리1, 2호기.
신고리1, 2호기.
국내 유일의 원자력발전소 운영 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사장 황주호, 이하 한수원)이 국내 가동 원전의 뛰어난 운영 실적과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의 한발 앞선 적극적 세일즈로 원전 운영·건설 역량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 불시 정지 건수가 전 세계 최저 수준을 달성했다. 우리나라가 원전을 운영하기 시작한 1978년 이후 최초로 지난해 호기당 원전 정지 건수 0.08건을 달성하며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2022년 기준 프랑스 11.8건, 러시아 0.95건, 미국 0.65건에 비하면 단연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이로써 한수원은 최고 수준의 원전 운영 능력을 전 세계에 증명했다.

통합예측진단센터.
통합예측진단센터.
한수원이 이와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예방 중심 안전관리’ 덕분이다. 한수원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동예측진단 모델’을 통해 국내 가동 원전 주요 설비 1만2000여 대의 상태를 24시간 감시하며 핵심 설비의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수원 중앙연구원에 구축돼 있는 통합예측진단센터에서는 설비들의 상태를 살피고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즉시 조치하도록 발전소에 통보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유사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다른 발전소 상태까지도 꼼꼼히 살피고 있다. 그 결과 규제기관에 보고해야 하는 사건 가운데 동일·유사 사례의 재발생 사례가 2022부터 2년 연속 ‘0건’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자동예측진단 기술을 활용해 총 14건의 고장을 예방하며 약 14억 원에 달하는 비용 절감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연재해 감시 시스템’도 있다. 이는 산림청, 기상청, 과거 유사 사례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지진, 태풍,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 시 터빈 출력 제한 등 원전 운영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계산,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이와 같은 정확한 예측 데이터 기반 선제적 대응에 따라 자연재해로 인한 원전 정지는 2021년 4건, 2022년 1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단 1건도 없었다. 실제로 지난해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카눈’에도 원전에 미친 영향은 전혀 없었다.

이러한 시스템과 예방 정비 체계 개선, 정비 기술 혁신 등으로 원전의 불시 정지는 줄었고 이용률은 올랐다. 지난해 원전 이용률은 81.8%로 최근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원전 발전량은 역대 최대인 18만436GWh(기가와트시)로 국내 총 전력 생산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엄청난 양이다. 다만 이를 전력 구매 금액으로 따지면 전체의 약 10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한수원의 안정적인 원전 운영이 전기요금을 낮게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에너지원별로 전 주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원자력은 1㎾h(킬로와트시)당 12g으로 석탄 820g, LNG 490g, 태양광 27g, 수력 24g보다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발전량이 증가하는 만큼 국가의 탄소배출량 감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한수원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원전 정비를 체계화하고 정비 공정을 표준화하는 등 효율성을 높여 2025년까지 원전 이용률을 약 10%p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가동 원전의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정적인 운영과 더불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의 광폭 행보 역시 세계 원전 산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집트 엘다바 원전 2차측 건설 사업 계약 체결 모습.
이집트 엘다바 원전 2차측 건설 사업 계약 체결 모습.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22년 8월 한수원은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을 수주하며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잊혀 가던 한수원의 입지를 되찾았다. 러·우 전쟁과 같은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지난해 8월 엘다바 1호기 주요 마일스톤인 최초 콘크리트 타설을 무사히 마쳤으며 계획 대비 단축된 실적을 달성했다.

또한 한수원은 지난해 6월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1호기에 대한 원전 단일 설비 역대 최대 규모의 삼중주소제거설비(TRF)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한수원은 발주처 신뢰 기반으로 사업 규모별 패키지형 신사업 모델을 제시하고 체르나보다 1호기 압력관 교체를 포함한 대규모 설비 개선 사업(사업비 약2조5000억 원)도 연내 수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체코에서의 한수원의 행보는 더욱 인상적이다. 앞서 2018년부터 한수원은 ‘팀코리아’ 공동 협의체를 구축하고 두코바니 5호기 입찰에 뛰어들었다. 체코 정부는 당초 두코바니 지역에 1200㎿(메가와트)급 이하 1기를 건설해 2036년부터 가동할 계획이었으나 지난 1월 말 입찰 규모를 4기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체코 발주사 측의 일정에 따라 한수원은 4월 중에 수정 입찰서를 제출해야 하며 체코는 6월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후속 원전 건설 사업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2022년 10월 한·폴 기업 간 원전 건설을 위한 협력의향서(LOI)가 체결됐고 당시 한국을 방문한 야첵 사신 폴란드 부총리는 한수원의 본계약 체결 가능성을 묻자 “100%”라고 답했다. 이후 폴란드는 PPEJ(ZE PAK사, PGE사가 공동 설립한 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하고 사업 부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며 2025년 최종 계약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한수원은 3000㎿ 규모 2기를 건설하는 네덜란드, 최대 2400㎿ 규모 2기를 건설하는 핀란드 신규 원전 건설 사업에 대해서도 중점 사업화 및 맞춤형 수주 활동을 전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성공적 해외사업 이행을 위한 관리 체계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해외 건설 사업이 지속됨에 따라 국내 원전 공기업의 발주자 중심 사업 체계를 넘어 주계약자로서 사업 관리 영역에서 리스크 관리 및 수익성을 우선시하는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저렴하면서도 깨끗한 원자력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잘 운영해 국민 경제와 국가 탄소 중립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점에 어깨가 무겁다. 반면 우수한 국내 원전 운영 실적과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건설한 UAE 원전 성과 등 해외 원전 시장에서 우리의 위상이 매우 높아진 것을 체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K-POP, K-드라마를 넘어 K-원전이 다시 한번 대한민국을 위상을 드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황해선 기자 hhs2552@donga.com
#공기업감동경영#공기업#한국수력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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