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친환경 비행기 전환 가속화… ‘ESG’ 실천 위한 새 날갯짓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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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지속 가능 경영 확대
비싸도 탄소 80% 적게 배출하는
폐식용유·해조류 활용 항공유 도입
연료 효율 높은 신형 비행기도 늘려

대한항공이 지속 가능 경영의 일환으로 탄소 배출 저감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연료 효율을 높인 신형 비행기 기종인 ‘A321neo’.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이 지속 가능 경영의 일환으로 탄소 배출 저감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연료 효율을 높인 신형 비행기 기종인 ‘A321neo’. 대한항공 제공
이산화탄소와 폐기물을 덜 배출하는 ‘친환경 비행기’ 구현을 위한 항공업계의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한항공 역시 폐식용유와 해조류 등으로 만든 친환경 항공유를 도입하고 오래된 항공기의 소재들을 재활용하는 등 환경 보호를 위한 업계의 지속 가능 경영에 부응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 6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에서 친환경 비행기 연료인 ‘지속 가능 항공유(SAF)’ 도입 사례 등을 공유해 청정 연료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가 항공업계 깊숙이 침투하면서 업계의 유엔총회라고도 불리는 이 행사의 화두도 단연 지속 가능 경영이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도 이 같은 업계 변화의 바람에 동참하며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는 SAF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SAF란 석유나 석탄 등 기존의 화석 연료가 아닌 동·식물성 기름, 해조류, 도시 폐기물 가스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든 항공유다. 기존 항공유보다 가격은 2∼5배 비싸지만 탄소 저감 효과는 확실하다. 유럽연합(EU)이 2025년부터 ‘SAF’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제도 변화까지 동반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SAF 도입이 늘고 있는 추세다.

● 고객사도 친환경 연료 구매 동참


이에 회사는 2007년 11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SAF를 사용해 미국 시카고∼인천 구간을 한 차례 운항한 뒤 2022년 2월 파리∼인천 구간 정기편 노선에 SAF를 도입했다. 아울러 같은 해 9월에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Shell)’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2026년부터 5년간 아시아태평양 및 중동 지역 공항에서 SAF를 우선 공급받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나아가 항공화물 고객사들까지 친환경 연료 전환에 동참시키고 있다. 올 9월 1일 국내 항공화물 부문에서는 처음으로 ‘고객 참여형 SAF 협력 프로그램’ 운영을 개시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고객사가 대한항공 화물 운송에 쓰이는 SAF 구매에 참여하면, 그 대가로 해당 고객사와 탄소 배출량 저감 실적을 공유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이와 동시에 탄소 배출을 더 줄이기 위해 연료 효율이 높은 신형 비행기 비중을 늘리고 연료를 과도하게 쓰게 하는 일부 컨테이너의 경량화도 추진했다. 대한항공이 최근 도입한 ‘A220-300’ ‘A321neo’ ‘B787-9’ ‘B737-8’ 기종의 경우 좌석당 탄소 배출량을 같은 급의 기종보다 15∼25%까지 줄일 수 있는 고효율 항공기다. 회사는 2028년까지 이 같은 신형기를 총 90대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2021년에는 신형기 도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 항공사로는 처음으로 2000억 원 규모의 ESG 채권도 발행한 바 있다. 2020년 12월부터는 항공기 무게를 줄여 연료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화물 항공기에 탑재되는 일부 컨테이너를 경량화했다. 실제로 2021년 기준 연간 약 5000t의 화물 탑재 중량을 감소시켰고 이는 500t 이상의 탄소 배출 저감으로 이어졌다.

● 퇴역 항공기는 팬심 끄는 굿즈로


대한항공이 버려질 뻔한 항공 자원을 굿즈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사진은 퇴역 비행기 동체를 분해해 만든 네임태그(Name Tag) 굿즈.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이 버려질 뻔한 항공 자원을 굿즈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사진은 퇴역 비행기 동체를 분해해 만든 네임태그(Name Tag) 굿즈. 대한항공 제공
폐기물로 버려질 뻔한 항공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업사이클링’도 활발하다. 업사이클링은 단순히 폐기물을 재활용(리사이클링)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제품으로 변신시키고 가치를 더하는 활동을 가리킨다. 2021년 초 대한항공이 퇴역 항공기를 분해해 제작한 첫 업사이클링 굿즈는 출시 하루 만에 모두 팔리기도 했다. 23년간 총 10만682시간을 비행한 보잉 777 동체를 분해해 만든 네임태그(물건에 다는 이름표) 굿즈 4000개가 비행기를 좋아하는 이른바 ‘항공 덕후’들의 입소문을 타고 매진된 것이다. 같은 해 9월에는 보잉 747-400 항공기를, 올해 5월에는 보잉 777-200ER 항공기 자재를 활용한 네임태그와 골프 볼마커 등 업사이클링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이 밖에도 부분적으로 훼손돼 다시 사용하기 어려워진 기내 담요는 보온용 물주머니로 재탄생시켰다. 노후 구명조끼는 화장품 파우치로 변신시켰고 이로 인한 수익금은 환경단체에 기부했다. 항공기로 화물을 실어 나를 때 쓰는 비닐도 폐비닐과 플라스틱 용기 등을 재활용한 친환경 비닐로 바뀌었고, 기내에 싣는 물품도 재사용이 가능하거나 친환경 재질로 만든 제품으로 교체됐다.

한편 소음과 배출가스를 적게 내보내고 교통체증을 해결해 줄 차세대 교통수단인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개발에도 대한항공의 기술이 들어가게 된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운용으로 쌓은 노하우와 무인 항공기 개발로 축적된 기술력을 토대로 UAM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전 세계 UAM 시장 규모는 2040년 1조50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2021년 8월 인천공항공사,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연구개발 협력 협약을 맺었고, 2022년 4월에는 국토부가 주관하는 UAM 감시정보 획득 체계 연구개발에도 참여했다. 범국가적 프로젝트인 ‘UAM 팀 코리아’에도 초기부터 참여하고 있다.

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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