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구 ‘건축왕’ 주택 165채, LH가 뒷돈 받고 고가매입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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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
건축왕과 공모한 공인중개사들
LH 매입이력 들어 ‘안전매물’ 홍보
LH 간부, 매매과정 뒷돈 받은 정황

A 씨는 2021년 2월 인천 미추홀구의 한 오피스텔을 보증금 1억 원에 전세로 계약했다. 당시 채권최고액 1억6500만 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는데 공인중개사는 2년 전 오피스텔 60채가 한 채당 약 2억4000만 원에 팔렸다는 실거래가 정보를 보여주며 “지금은 더 올라 매매가가 최소 2억 원대 후반이다. 경매에 가도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없다”고 했다.

‘미추홀구 건축왕’ 남모 씨(61) 일당에게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걸 알게 된 건 지난해 12월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간 다음이었다. 21일 만난 A 씨는 “오피스텔 모든 가구의 등기부등본을 떼 보니 2019년 이후 단 한 건의 거래도 없더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뒷돈을 받고 당시 시장가격보다 비싸게 샀던 것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해당 오피스텔의 경우 거래가 없어 시세 파악이 어렵지만 현재 2억 원대 초반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선순위 채권자가 있다 보니 경매에서 낮은 가격으로 낙찰될 경우 A 씨는 전세보증금을 상당 부분 날릴 수밖에 없다.

23일 동아일보가 미추홀구 일대 오피스텔 등기부등본 등을 분석한 결과 LH가 2019년 12월 남 씨 일당으로부터 매입한 미추홀구 오피스텔이 최소 4개 단지 165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남 씨가 운영하는 건설사가 2018, 2019년 준공한 곳들이다. 당시 LH의 평균 매입 가격은 2억1389만 원이었다. 2019년 초부터 2020년 초까지 인근 오피스텔 매매 가격이 1억4200만∼1억9300만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비싼 편이다. LH가 사들인 오피스텔 중엔 14일 극단적 선택을 한 전세사기 피해자 임모 씨(26)가 살던 오피스텔도 포함돼 있다.

남 씨와 공모한 공인중개사들은 LH의 오피스텔 매입 이력을 활용해 피해 주택을 “거래가 잘 이뤄지는 안전한 매물”이라고 홍보했다. 또 “가격이 오르고 있어 선순위 근저당이 있어도 전세보증금을 충분히 가져갈 수 있다”며 계약을 유도했다.

하지만 이들 주택 매매 과정에 뒷돈이 오간 정황이 드러났다. LH는 2021년 5월 내부 감사에서 당시 남 씨 일당으로부터 오피스텔을 사들인 LH인천지역본부 주택매입부장 출신 B 씨의 비위를 적발하고 파면했다. 검찰은 B 씨가 부동산 컨설팅업자 C 씨로부터 뒷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C 씨는 건축왕 일당으로부터 LH가 오피스텔을 매입하면 한 채당 800만 원을 받기로 했다고 한다. LH 측은 남 씨 일당 주택을 비싸게 매입했다는 지적에 “정상적 감정평가를 거쳤다”고 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인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전세사기#미추홀구 건축왕#공인중개사 공모#lh 간부 뒷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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