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수소연료전지차, 시장 판도 뒤흔들까[원성열의 카이슈]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9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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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수소연료전지차 파일럿 모델인 BMW iX5 하이드로젠. 사진 제공|BMW 그룹 코리아
이미 상당한 대중화를 이루고 급속도로 시장이 넓어지고 있는 전기차와 지속적인 개발 투자 및 인프라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차 중 어느 쪽이 더 소비자와 생산자, 환경에 더 유리할까.

지난 2018년 세계 최초의 수소연료전지차 넥쏘를 출시하며 시장을 선점한 현대차에 이어,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의 절대 강자인 BMW그룹이 수소연료전지차인 ‘iX5 하이드로젠’ 시제품을 공개하고 본격적으로 수소연료전지차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중 브랜드가 아닌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내놓은 수소연료전지차는 무엇이 다르고, BMW가 그리는 수소차 시장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BMW의 첫 수소연료전지차인 ‘BMW iX5 하이드로젠’과 BMW의 수소연료전지차 비전을 한국 시장에 알리기 위해 지난 12일 방한한 BMW 그룹 수소 기술 및 차량 프로젝트 총괄 위르겐 굴트너 박사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인터뷰했다.

BMW 그룹 수소 기술 분야를 총괄하는 위르겐 굴트너(Jürgen Guldner) 박사가 수소연료전지차의 미래와 BMW의 수소연료전지차 개발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BMW 그룹 코리아


●수소연료전지차 결국 대중화될 것
“저희는 미래에 도로 위 많은 차들이, 특히 상용차의 경우 순수전기차가 아니라 수소연료전지차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용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승용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는 전기차 외에도 수소연료전지 승용차가 많아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위르겐 굴트너 박사는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는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닌 상호 보완적인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식이 다를 뿐 두 차종 모두 동일한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전기차이기 때문이다.

BMW iX5 하이드로젠은 3~4분이면 완충할 수 있어, 최소 30~40분이 걸리는 전기차보다 훨씬 더 빠르고 실용적이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그렇다면 수소연료 전기 기술의 강점은 무엇일까. 더 빠른 충전이 가능한 사용성에 있다는 것이 위르겐 굴트너 박사의 설명이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전기차의 모든 장점, 즉 뛰어난 가속력, 조용하고 부드러운 승차감, 탄소배출을 전혀 하지 않는 친환경성(전기차의 장점이기도 한)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3~4분이면 완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기차보다 더 매력적이다.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순수전기차의 경우 온도가 낮은 겨울철에는 주행 가능 거리가 20~30%가량 줄어들지만, 수소연료전지차의 경우는 거의 같다.

전기차(BEV)와 수소연료전지차(FCEV) 충전 인프라 투자 비용 증가 예시.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인프라 측면에서는 어떨까? 위르겐 굴트너 박사는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두 개의 인프라를 동시에 구축하면 비용이 더 많이 들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연구 결과 “전기차 충전소와 수소충전소 인프라를 결합하는 것이 전기차 인프라만 확대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는 더 경제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전기 충전 인프라는 더 많이 구축할수록, 전기차 대수가 늘어날수록 비용이 커진다는 것이 이유다. 전기 케이블, 변전소 등 충전소 이면의 인프라까지 업그레이드해야 하므로 비용은 차량 수가 증가함에 따라 비선형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 위르겐 굴트너 박사의 설명이다. 반면 수소전지차의 경우 초기 투자비는 많이 들지만, 차량 수와 관계없이 비교적 선형적으로 투자 비용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10대 이상의 수소연료전지차를 연속으로 충전할 수 있는 수소충전기 이미지.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충전 기술의 발전도 수소연료전지차의 대중화를 이끌 수 있는 요소다. 초기에는 충전소에서 수소연료전지차를 연속으로 충전하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현재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하나의 충전기로 10대 이상의 수소연료전지차를 연속으로 충전하는 기술을 개발해 적용을 완료했다.

위르겐 굴트너 박사가 수소연료전지차 장점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BMW 그룹 코리아
에너지 및 원자재 수급 측면에서도 전기차와 비교해 수소연료전지차가 유리하다는 것이 위르겐 굴트너 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순수전기차는 배터리 크기(수소전기차의 배터리 크기가 훨씬 작다 )상 원자재 사용량이 더 많다. 수소차 배터리에는 순수전기차 대비 원자재 10퍼센트 정도만 사용한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고 해도 에너지 전환에 있어서는 순수전기차보다 수소연료전지차가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궁극적으로 전체의 수명주기 즉, 원자재 채굴 및 사용부터 시작해 재활용하는 과정까지 고려하면 순수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는 거의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 이는 그가 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인프라를 동시에 구축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수소차는 원자재 사용량으로 인해서 초기 생산 단계에서는 배출되는 탄소발자국이 달라질 수 있지만 전체적인 수명주기에 있어서는 전기차와 유사하다”라며 “수소연료전지차 기술은 전기차 기술과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파워트레인 포트폴리오의 하나로 추가되는 것”이며 “함께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제조사 입장에서는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만든 수소연료전지차는 무엇이 다를까
프리미엄 브랜드인 BMW가 만든 수소연료전지차는 일반 브랜드가 만든 수소연료전지차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날 인천 영종도에 있는 BMW 드라이빙센터 트랙에서 경험한 BMW iX5 하이드로젠은 현대차 넥쏘와 두 가지 지점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먼저 BMW iX5 하이드로젠은 수소연료전지차의 연료 효율성이나 SUV의 활용성을 넘어서는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 그 자체에 포인트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BMW는 상용차를 만들지 않는 브랜드이고, 내연기관차든 전기차든 수소연료전지차든 운전의 즐거움에 가장 우선순위를 둔다.

BMW 드라이빙센터 트랙을 역주하고 있는 BMW iX5 하이드로젠. 사진 제공|BMW 그룹 코리아
이 기본적인 철학의 차이는 실제 트랙 주행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에서는 현대차 넥쏘(609km, 환경부 인증)가 BMW iX5 하이드로젠(504km, WLTP 기준)을 월등하게 앞선다. 하지만 승차감과 주행 성능에서는 대형 SUV인 X5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iX5 하이드로젠이 한 수 위였다.
마틴 셰럴 BMW 하이드로젠 드라이브트레인 매니저는 “운전의 즐거움은 곧 고객이 BMW 차량에 기대하는 것이고, iX5 하이드로젠에서는 이 즐거움을 동일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는데, 트랙 주행을 마치고 나서야 이 말의 의미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BMW는 어떤 차를 만들어도 BMW이고, BMW답다는 것.
물론 단점도 보였다. 1회 충전으로 WLTP 기준 504km라면 국내에서 인증받을 경우 300km 후반대가 되기 때문에 주행 가능 거리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진다. 또한 이번에 선보인 프로토타입의 경우 최고 속도를 180km 이내로 제한하고, 주행 거리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춘 세팅을 했기 때문에 폭발적인 가속감을 경험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위르겐 굴트너 박사는 “현재 500km도 충분한 거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이 차는 양산차가 아닌 프로토타입이며, 주행 가능 거리는 점점 늘려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BMW iX5 하이드로젠의 스택, 파워트레인 등은 모두 BMW가 자체 개발해 적용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한편 일본 토요타와의 수소연료전지차 개발 협력에 관해서는 상당 부분 독자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BMW iX5 하이드로젠의 경우 토요타로부터 배터리 셀만 받았고(토요타의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에 사용되는 셀과 동일) 그 외 스택, 파워트레인 등은 모두 BMW가 자체 개발해 적용했다는 것이 BMW의 설명이다.

원성열 스포츠동아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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