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은행위기에… 엔화 가치 뛰고 원화채권 불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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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SVB 파산후 안전자산 부상
주요 10개국 통화중 상승률 최고
지난달 원화채권 외국인 판매 11조
“美베이비스텝에 환차익 유인 커져”

미국·유럽발(發) 은행 위기 이후 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지면서 아시아가 ‘투자 피난처’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고, 지난해 말 잔액이 급격히 줄었던 원화채권을 대거 사들이는 외국인도 늘고 있는 모습이다.

2일(현지 시간) 미 CNBC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7∼12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한 일본 엔화는 지난달 10일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강세로 급반전했다. SVB 파산과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의 인수합병 등으로 미 달러와 스위스프랑 등 주요국 통화가 타격을 입으면서 안전자산 수요가 엔화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화는 지난달 28일 기준 3.8% 상승하며 미 달러를 제외한 세계 주요 10개국 통화 가운데 스위스프랑(2.8%)과 영국 파운드(2.4%) 등을 앞지르고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엔-달러 환율은 SVB가 파산한 지난달 10일 이전에는 137엔대였지만 지난달 말에는 130∼132엔대로 내렸다(엔화 가치 상승). 3일에도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오후 4시 기준 133엔대에 거래됐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월가에서 엔화 투자 선호 분위기가 번지면서 지난해 극도로 약세를 보였던 추세가 반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로(0) 금리’와 경기 침체 장기화 등으로 지난해 32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던 엔화가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상을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한국 채권시장도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원화 채권을 총 11조941억 원어치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월별 외국인 순매수 규모로는 지난해 6월(12조753억 원) 이후 최대치다.

SVB 사태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감이 증폭되면서 차익거래 유인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원화채권에 투자하는 외국인 일부는 보유하고 있는 달러화를 담보 삼아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빌린 뒤 국고채 및 통안증권 등에 투자한다. 이후 원화채권의 금리와 원화 조달비용 간 가격 차를 통해 이익을 얻는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난달 연준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이후 킹달러 압력이 낮아져 원-달러 추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약해지면서 외국인 입장에서는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며 “여기에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부진에 한국은행 긴축 기조 변화에 대한 기대까지 반영돼 원화채권 수요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주식은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규모는 1월 6조7000억 원에서 2월 1조5200억 원으로 급감해 지난달에는 약 2100억 원 순매도로 전환됐다.

채권 선호는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기준 자사 예치 잔액 30억 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들의 올해 신규 투자금 중 67.4%는 채권에 몰렸다. 채권 상품에 10억 원 이상 뭉칫돈을 한 번에 투자하는 사례도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미국#유럽#은행위기#원화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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