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드 대구’에 가보니[스테파니]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9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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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테파니 독자 여러분. 동아일보에서 미래&스타트업팀 데스크를 맡고 있는 김선미 기자입니다. 보름 전 대구 북구 삼성창조캠퍼스에 문을 연 ‘C랩 아웃사이드 대구’에 7일 다녀왔습니다.

이 곳은 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의 첫 번째 자체 지역 거점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데요. 삼성이 그룹의 발원지인 대구에서 지역 스타트업을 육성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그럼 저와 함께 C랩 아웃사이드 대구로 가보실까요. 참, C랩 아웃사이드는 삼성전자가 2018년부터 시작한 외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입니다.

(스테파니는 ‘스’타트업과 ‘테’크놀로지를 ‘파’헤쳐보‘니’의 준말입니다.)

대구시 북구 삼성창조캠퍼스 내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2층에  위치한 C랩 아웃사이드 대구. 대구=김선미 기자
대구시 북구 삼성창조캠퍼스 내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2층에 위치한 C랩 아웃사이드 대구. 대구=김선미 기자

C랩 아웃사이드 대구는 대구시 북구 호암로 51 삼성창조캠퍼스 내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2층에 있습니다. 삼성창조캠퍼스는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이 사업을 벌였던 옛 제일모직 공장부지 2만7000평을 창업, 문화예술, 역사가 어우러지도록 조성한 공간입니다.

삼성창조캠퍼스에 도착하자 높다란 굴뚝이 눈에 띄었습니다. 옛 공장에 있던 굴뚝을 남겨둔 겁니다. 1938년 삼성의 씨앗이 뿌려진 삼성상회를 재현한 건물과 제일모직 기념관 등이 담장 없이 주변 아파트 단지와 어우러지니 평화로운 시민공원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제일모직  기념관과 옛 기숙사 등이  있는 삼성창조캠퍼스 전경. 대구=김선미 기자
제일모직 기념관과 옛 기숙사 등이 있는 삼성창조캠퍼스 전경. 대구=김선미 기자

C랩 아웃사이드 대구 내부(450평)는 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드 스타트업들이 입주해 있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삼성 R&D센터와 인테리어가 닮은꼴입니다. 푸른색 소파와 ‘C-Lab’ 조형물, 녹색 넝쿨식물과 조명, 비스포크 냉장고 등이 ‘일하고 싶은 기분’을 주는 공간이었습니다. 다양한 규모의 회의실과 휴게공간이 있어 입주 스타트업들은 이 곳에서 24시간 일할 수 있고, 자유롭게 미팅도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대구의 스타트업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지난달 22일 문을 연 C랩 아웃사이드 대구의 미팅 룸 모습. 대구=김선미 기자
지난달 22일 문을 연 C랩 아웃사이드 대구의 미팅 룸 모습. 대구=김선미 기자

C랩 아웃사이드 대구의 회의실 전경. 대구=김선미 기자
C랩 아웃사이드 대구의 회의실 전경. 대구=김선미 기자


이번에 입주한 5개 스타트업은 삼성전자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의 추천을 받아 전문가 심사를 거쳐 선정했습니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산업 선도 도시라는 지역 특성에 맞춰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을 중점 선발했다고 하네요. 이번에 선정된 스타트업들은 최대 1억 원의 사업 지원금과 함께 삼성전자로부터 기업 성장 단계별 맞춤형 컨설팅을 받습니다. 삼성전자 및 관계사와 협력 기회를 갖고 마케팅, 특허, 재무, 홍보 등에서도 필요한 도움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C랩 아웃사이드 대구’ 첫 입주 스타트업 5곳

스타트업
사업
대표
설립
네오폰스
의료 AI 활용 뇌질환과 언어장애진단 플랫폼
박기수 경북대 신경외과 교수
2020년 1월
클레어오디언스
태아 산모 건강진단 스마트 청진기
WEI QUN(웨이췬) 계명대 의용공학과 교수
2021년 6월
티아
미세먼지 저감 고효율 촉매 필터
박진영 대표
2022년 6월
엠에프알
모듈 교체형 로봇 플랫폼
이승열 대표
2021년 6월
뷰전
스마트 윈도우
윤희영 대표
2022년 1월


그동안 동아일보 ‘스테파니’를 통해 소개해 드린 ‘잘 나가는’ 스타트업 중에는 삼성의 C랩에서 육성된 기업이 많습니다. 삼성은 2012년 사내벤처로 스타트업 육성프로그램 C랩을 시작한 뒤 2018년부터는 외부 스타트업까지 지원하는 ‘C랩 아웃사이드’로 확장했습니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C랩 아웃사이드가 생긴 건 이번에 대구가 처음입니다.

C랩 아웃사이드 대구의 회의실에는 스마트 윈도우가 설치돼 있었습니다. 평소엔 투명한데 전기장이 가해지면 불투명하게 변환되는 가림막입니다. 불투명하게 바뀌면 회의실 내부를 밖에서 볼 수 없고 가림막 위로 홍보 영상도 틀 수 있습니다. 이 스마트 윈도우는 이번에 입주 스타트업으로 선정된 ‘뷰전’의 제품입니다.

대구 스타트업 ‘뷰전’의 스마트 윈도우가 달려있는 C랩 아웃사이드 대구의 회의실. 대구=김선미 기자
대구 스타트업 ‘뷰전’의 스마트 윈도우가 달려있는 C랩 아웃사이드 대구의 회의실. 대구=김선미 기자

이 회사 윤희영(40) 대표는 건국대 화학과에 다닐 때부터 스마트 윈도우에 한마디로 ‘꽂혔다’고 합니다. 한화 폴리드리머(현 한화 컴파운드) 등에서 경력을 쌓은 뒤 지난해 창업에 나섰습니다. 왜 대구에서 창업했는지 궁금해 물었더니 대구에 투명전류필름 소재가 풍부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설립된 지 1년 남짓한 스타트업인데도 삼성 C랩 아웃사이드 대구에 선정됐더니 투자회사들이 “삼성이 뽑은 회사이니 절반 이상 검증된 회사”라고 좋게 봐준다고 하네요. 삼성 가전제품에 스마트 윈도우가 적용되면 좋겠다는 윤 대표의 말에 희망이 가득했습니다.

C랩 아웃사이드 대구에서는 중국인 교수도 만났습니다. 입주 스타트업인 ‘클레어오디언스’를 창업한 웨이췬 계명대 의용공학과 교수입니다. 한국말을 너무 잘 해서 깜짝 놀랐는데요. 중국 상하이 출신으로 경북대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거치고 2015년부터 계명대 교수로 일하며 교원창업을 한 겁니다. 이 회사는 산모의 맥파와 태아의 심장소리를 동시에 추출할 수 있는 스마트 청진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웨이췬 대표는 “취업과 창업의 기로에 서 있는 학생들에게 기술 창업을 통해 희망을 주고 싶다”고 합니다.

7일 C랩 아웃사이드 대구에서 만난 ‘클레어오디언스’의 웨이췬 대표. 대구=김선미 기자
7일 C랩 아웃사이드 대구에서 만난 ‘클레어오디언스’의 웨이췬 대표. 대구=김선미 기자

C랩 아웃사이드 대구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건물의 2층을 씁니다. 그런데 2020년부터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이끌고 있는 이재일 센터장이야말로 C랩을 탄생시킨 주역입니다. 삼성전자에서 32년 간 근무하며 삼성종합기술원 인사팀장과 삼성전자 인재개발센터장 등을 지냈던 그는 2012년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을 맡아 C랩을 태동시킨 사실상 ‘C랩의 아버지’입니다. 이 센터장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삼성전자 C랩 태동을 이끈 이재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삼성전자 C랩 태동을 이끈 이재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


―왜 C랩이라고 이름 지었습니까.

“간단합니다. 크리에이티브(Creative)의 ‘C’입니다.”

―C랩 초기 반응은 어땠나요.

“당시만 해도 대단히 도발적인 제도였습니다. 임원들이 아니라 일반 사원들이 사내 스타트업 과제를 평가하도록 했어요. 임원들이 고리타분하게 자기 경력과 경험만으로 이래라 저래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우수한 팀에 인센티브를 주고 스핀오프 시켰습니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와 이번에 개소한 ‘C랩 아웃사이드 대구’는 어떤 관계가 됩니까.

“협력관계입니다. 저희가 C랩 아웃사이드 대구에 들어갈 만한 스타트업을 추천하면 삼성전자 심사위원들이 와서 그 중에서 고릅니다. 기존에는 저희 센터도 C랩 아웃사이드란 명칭을 썼는데 이번에 삼성이 대구에서 C랩 아웃사이드를 ‘직영’하게 됐으니 저희는 앞으로 ‘프리 C랩’ 같은 개념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저희가 스타트업 육성의 ‘초급반’, 삼성전자의 C랩 아웃사이드 대구가 ‘고급반’이 된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어떤 스타트업을 선정합니까.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구의 지역경제에 기여할 스타트업을 뽑습니다. 삼성전자는 아무래도 삼성전자 사업에 직접 도움이 될 스타트업을 고릅니다. 그런데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함께 키운다’는 말이 있듯이, 대구의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통해 스타트업이 길러지게 돼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저희 센터의 후원 파트너사입니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C랩 아웃사이드 광주’와 ‘C랩 아웃사이드 경북’도 문을 열어 각 지역 창업 생태계를 지원하겠다는데요. 이번에 C랩 아웃사이드 대구에 다녀와보니 여러모로 기대감이 듭니다.

7일 대구 북구 삼성창조캠퍼스에  봄을 알리며 핀 매화.  매화의 꽃말은 ‘충실’ ‘인내’ ‘맑은 마음’이다. 대구=김선미 기자
7일 대구 북구 삼성창조캠퍼스에 봄을 알리며 핀 매화. 매화의 꽃말은 ‘충실’ ‘인내’ ‘맑은 마음’이다. 대구=김선미 기자


여기까지 읽어주신 독자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작은 봄 선물을 드리려 합니다. 삼성창조캠퍼스에 피어있던 매화를 찍어보았습니다. 이래저래 힘든 한국 경제상황도, 스타트업들도 봄 같은 희망을 가져보기를 소망합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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