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격전지’ 오스템… 경영권 놓고 최대주주-KCGI 맞불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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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개미 흑기사’ 자청 6.92% 확보
최규옥 회장, 우호 펀드에 지분 넘겨
펀드, 24일까지 주식 공개매수 나서
분쟁 두달새 주가 67.4% 올라 변수

지난해 초 2215억 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횡령 사건으로 도마에 올랐던 연 매출 1조 원의 임플란트 기업 ‘오스템임플란트’가 이번엔 경영권을 둘러싼 사모펀드들의 격전지가 됐다. KCGI(강성부펀드)가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오스템임플란트의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하며 경영권을 위협하자 최대주주인 최규옥 회장이 우호적인 사모펀드에 지분을 넘기는 강수를 둔 것이다.
● 개미 ‘흑기사’ vs 최대주주 ‘백기사’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는 1월 27일 기준 오스템임플란트 보유 지분을 6.92%까지 확대했다. KCGI는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목적회사 에프리컷홀딩스를 통해 지난해 12월부터 오스템임플란트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집하고 있다. 특히 KCGI는 1월 19일 오스템임플란트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후진적인 거버넌스 탓에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며 최 회장의 퇴진과 함께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이른바 ‘최대주주 리스크’에 피해를 보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흑기사’를 자처한 셈이다.

그러자 최 회장 측도 곧바로 사모펀드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와 MBK파트너스를 ‘백기사’로 끌어들여 대응에 나섰다. UCK와 MBK파트너스는 공동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를 통해 경영권 인수를 목적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공개 매수한다고 1월 25일 밝혔다. 장외 시장에서 239만∼1117만 주(지분 15.4∼71.8%)를 주당 19만 원에 이달 24일까지 공개 매수한다는 계획이다.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최 회장 보유 지분(19.62%) 가운데 144만여 주(9.61%)를 주당 19만 원에 매수하는 계약도 별도로 체결했다. 공개 매수에 성공해 최소 지분(15.4%)만 추가로 확보해도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지분 25%로 최대주주가 되고, 최 회장은 2대주주로 물러나게 된다. 엄태관 오스템임플란트 대표는 1월 25일 담화문에서 “경영활동에는 크게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공개 매수 성공할까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의 공개 매수 발표 이후 오스템임플란트 주가는 급등세다. 당일에만 14.65% 급등하는 등 31일 현재 18만6200원으로 공개 매수가에 근접한 상황이다. 경영권 분쟁이 격화한 최근 두 달 새에는 무려 67.4% 치솟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개 매수 발표 후 닷새 동안 오스템임플란트 주식 거래량은 313만여 주로 공개매수 최소 목표치인 239만여 주를 넘어섰다. 이 기간 개인이 106만여 주를 순매도했는데 이를 기관이 대부분 떠안았다. 개인은 공개 매수에 응하면 양도소득세 22%를 별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장내 매도하고 이를 떠안은 기관이 공개 매수에 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이번 공개 매수는 소액주주에게도 최대주주와 동일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나눠주는 것이 특징으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공개 매수가 성사되면 내년도 ‘의무공개매수제도’ 시행에 앞서 최대주주와 소액주주가 ‘윈윈’하는 첫 번째 인수합병(M&A)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거래 흐름은 공개 매수 성사 가능성을 키우고 있지만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미 공개 매수가 수준으로 올라선 주가가 우선 걸림돌이다. 주가 상승 전망 때문에 공개 매수에 응하지 않고 관망하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실패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KCGI 역시 이번 공개 매수에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최 회장의 거취에 대한 생각이 다른 데다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도 상이하다. KCGI가 제시한 오스템임플란트의 기업가치는 3조9000억∼10조 원으로 최소 공개 매수가는 26만 원 수준이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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