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생산인구 비중 30년간 24%P 감소… 경제성장 순풍 끝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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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동아뉴센테니얼포럼]
기조강연 나선 데이비드 웨일 교수
“인구 늘어 ‘한강의 기적’ 토대됐지만 저출산, 고령화로 경제성장에 역풍”
“인구감소, 경제 잠재력 떨어뜨려 금융-공적연금 구조개혁 검토를”

25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동아뉴센테니얼포럼’에서 데이비드 웨일 미국 브라운대 교수가 ‘저출산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화상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25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동아뉴센테니얼포럼’에서 데이비드 웨일 미국 브라운대 교수가 ‘저출산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화상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한국 초고속 고령화 대응하려면…


한국 사회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저출산·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 0.81명으로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5년에는 0.70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동아일보와 채널A가 ‘인구 감소 시대, 금융산업 및 노동시장의 변화’를 주제로 ‘2022 동아뉴센테니얼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인구경제학과 금융산업, 연금개혁과 관련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모여 고령화 등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가 가져올 경제·사회적 충격과 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고령화는 향후 수십 년 동안 한국 경제 성장에 ‘역풍(Headwind)’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25일 동아일보와 채널A 주최로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2 동아뉴센테니얼포럼’에서 기조강연에 나선 데이비드 웨일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출산율의 급감으로 인해 현재 급격한 인구 고령화를 겪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20년부터 2050년까지 30년 동안 한국의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67%에서 43%로 감소한다”며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인구가 성장률을 높이는) ‘즐거운 휴가(pleasant vacation)’가 끝났다”고 진단했다.
○ ‘한강의 기적’ 밀었던 ‘순풍’ 끝나
웨일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1975년 46%에서 2000년까지 64%로 증가했다. 이처럼 생산가능인구가 늘면서 경제성장률이 증가하는 ‘인구 배당 효과’를 그는 ‘순풍(Tailwind)’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런 경제적 순풍으로 한국은 정부와 가계 예산에 여유가 생겨 교육과 투자를 늘릴 수 있었다”며 “‘한강의 기적’이 이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폭발적인 경제성장에 기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후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인구 배당’이라는 수혜는 끝나가기 시작했다고 웨일 교수는 진단했다. 향후 경제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웨일 교수는 “인구 증가 속도가 줄어들면 투자 수요가 감소하고 고령자 증가는 저축의 증가로 이어진다”며 “이는 저금리를 유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으로 발생한 고금리는 향후 고령화 추세를 감안했을 때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웨일 교수는 당장 출산율을 높인다고 사회적 후생이 높아지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을 경제활동인구로 키워내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학적으로 출산율 증가의 혜택이 나타나려면 20, 30년이 걸린다”며 “그래서 정치인들이 출산 장려에 크게 투자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인구구조 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를 일제히 쏟아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간사인 윤한홍 의원은 포럼 축사에서 “세계에서 놀랄 정도로 초고속 경제성장을 했던 우리나라가 저출산도 초고속인 것 같다”며 “그동안 너무 느슨하게 정치적 표 계산을 하면서 방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2, 3년만 지나면 성장률이나 노동시장 부문에서 상상할 수 없는 충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저출산 문제가 정치권에서 싫어하는 주제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축사에서 “현재 한국의 급선무는 팬데믹도 지정학적 위기도 아닌 국가 소멸 위기에 대한 대비일지도 모른다는 절박감을 가져야 한다”며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필연적으로 경제의 잠재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출산율 제고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부터 청년 지원, 노후 보장 등 예상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이의 수)은 0.81명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이 안 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도 급격히 늘고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고령인구 비율이 17.5%인 한국은 2025년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50년에는 고령자 인구가 40%를 넘어선다.
○ “지금 당장 연금개혁 공론화 필요”
인구구조 변화로 금융산업과 공적연금 체계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고령자 친화적인 상품 시스템을 구축하고 부동산 중심인 가계금융자산 구조의 점진적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개인의 준비가 굉장히 중요해진 만큼 사적연금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산과 소득이 낮고 부채부담이 큰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개혁의 방향성도 제시됐다. 연금학회장을 지낸 성주호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는 “내년 3월 도출할 5차 재정추계 결과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기존 2057년에서 2∼3년 정도 당겨질 것”이라며 “연금개혁을 위해 국민적 관심을 공론화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연금 정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금은 점진적 모수개혁에 집중하고 있지만 인구구조가 더 급격히 변화한다면 스웨덴과 같은 연금 구조의 개혁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2022 동아뉴센테니얼포럼#데이비드 웨일 교수#고령화#합계출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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