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스톰 우려 커졌다…한은, 금리인상 명분 쌓기

  • 뉴시스
  • 입력 2022년 6월 22일 15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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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에 기업부채까지 더한 민간부채 규모가 전체 국내 경제 규모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Fed·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가속,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스템 불안 상황을 보여 주는 ‘금융불안지수’(FSI)가 지난 3월 ‘위기 단계’ 직전인 ‘주의 단계’ 로 진입했다. 금융불안지수가 ‘주의 단계’에 진입한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주의 단계에서 5개월 만에 위기 단계로 진입한 바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누증, 높은 주택가격 수준 등 잠재한 취약 요인이 우리 금융 시장에 추가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금융불균형 누증을 억제해 금융 기관의 복원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한은이 금리인상 명분으로 내세웠던 가계부채 누적 등 ‘금융불균형’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상 시기와 폭을 앞당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불안지수는 숫자가 높을 수록 그만큼 금융불안이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이 지수가 8을 넘으면 ‘주의 단계’, 22를 넘으면 ‘위기 단계’로 분류된다.

이 지수는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4월 24.5까지 치솟으며 3개월 연속 위기 단계에 머물다가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로 빠르게 내려온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인 2008년 2월에도 10을 기록한 후 5개월 만인 7월(21.8) 위기단계에 진입해 13개월 연속 ‘위기 단계’를 지속했다. 2008년 12월엔 57.6까지 뛰어 오르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가속,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지수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 그만큼 국내 금융시장이 ‘퍼펙트스톰’(총체적 복합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와 기업의 부채를 합친 민간신용의 비율은 올해 1분기 219.4%로 전분기(219.5%) 보다 소폭 꺾였다. 2017년 4분기(181.9%)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감소 전환이다.

주체별로는 가계가 104.5%로 전분기(105.8%) 보다 1.3포인트 하락했고, 기업이 114.9%로 전분기(113.7%)대비 1.2%포인트 상승했다. 국내 경제 규모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서는 등 가계·기업·정부가 한 해 번 돈 모두 끌어모아도 다 갚을 수 없을 만큼 빚이 불어났다는 얘기다.

한은은 “가계부채 누증, 높은 주택가격 수준 등으로 중장기 시계에서의 금융시스템 내 잠재 취약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자영업자 대출도 크게 늘고 있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960조7000억원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보다 4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대출은 2020년 4분기 803조5000억원으로 800억원을 넘어선 후 지난해 4분기에는 909조2000억원으로 다시 900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취약차주가 보유한 자영업자대출은 88조8000억원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68조원)에 비해 30.6% 증가했다. 취약차주 수도 31만6000명으로 전분기(28만1000명) 보다 크게 늘었다. 다만, 자영업자 폐업률은 2019년 12.1%에서 2020년 10.9%로 하락폭이 확대되고 있다.

미 연준의 긴축,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등 국내 금융 시장에 ‘퍼펙트스톰’ 경고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가계부채 누적이나 금융불균형 문제를 지적한 것은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 하자는 명분이 충분히 될 수 있다”며 “다만 금리인상 속도나 다음달 금통위에서 ‘빅스텝’(기준금리 한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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