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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메타버스 영업점 방문 95%가 Z세대… “모의투자-대출상담 유용”

입력 2022-06-06 03:00업데이트 2022-06-0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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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가 이끄는 금융 빅뱅 ‘자이낸스’]〈3〉Z세대발 금융혁신 가속화
NH비전타운
5일 오후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 마련된 가상의 금융타운 ‘NH비전타운’에 들어서자 여러 명의 아바타가 분주하게 보물을 찾고 있었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대체불가토큰(NFT) 보물을 찾으면 ‘NH코인’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키보드 방향키로 아바타를 움직여 보물을 찾은 뒤 타운 내 NH농협은행 영업점을 방문하자 은행원 아바타가 NH코인을 줬다. 건너편 NH투자증권 지점에선 이 코인으로 주식, 금, 원유 등에 모의투자를 할 수 있었다. 기자가 한국과 미국 주식을 3주씩 사들이자 30분 뒤 주가가 올라 2%의 수익이 생겼다. 이곳은 NH농협금융지주가 Z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미래 금융 채널로서 메타버스를 실험하기 위해 구축한 공간이다.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와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 서비스와 채널을 선보이려는 금융권의 실험이 가속화되고 있다. Z세대가 이끄는 미래 금융을 선점하기 위해 금융사들이 디지털 금융 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 메타버스 영업점에서 모의 투자하고 금융 상담도

올 3월 문을 연 NH비전타운에는 현재까지 14만8000명이 넘는 방문자가 다녀갔다. 이 중 95%가 20대 이하일 정도로 Z세대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NH비전타운에 들어선 농협금융 6개 계열사에서는 모의 투자, 보험 가입, 자동차 구매 등을 체험해볼 수 있다.

농협은행이 3월부터 시범 운영 중인 메타버스 플랫폼 ‘독도버스’에도 지금까지 6만6500명이 몰렸다. 이곳에선 퀴즈를 풀거나 낚시를 하는 등 ‘미션’을 완료하면 코인을 받아 가상 영업점에 예치할 수 있다. 농협은행은 8월 독도버스를 정식 오픈하고 미션을 많이 완수한 고객에게 실제 금융상품 가입 때 우대금리나 수수료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B메타버스VR브랜치
다른 금융사들도 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혁신 실험이 한창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금융권 최초로 메타버스와 VR를 결합한 ‘KB메타버스VR브랜치’를 만들었다. 고객들은 서울 여의도에 있는 ‘KB인사이트 지점’ 등을 방문해 직접 VR 기기를 쓰고 가상공간에 구현된 영업점에서 아바타로 나타난 실제 은행원을 만나 상담 등을 체험해볼 수 있다.

우리메타브랜치
체험이나 테스트베드 공간을 넘어 실제 금융 상담이나 금융 교육에도 메타버스와 VR가 활용되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12월 구축한 메타버스 영업점 ‘우리메타브랜치’에서는 소상공인이 일대일 금융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2000명 넘는 소상공인 등이 방문해 대출 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이용했다. ‘신한 금융의 고수’에선 초중고교 학생들이 VR 기기를 쓰고 직접 은행원이 돼 금융 상식 등을 배운다.
○ “메타버스, 모바일뱅킹 이어 대세될 것”
새로운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는 AI 기술이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AI가 빅데이터 분석이나 행동, 습관 인식 등을 통해 개성을 중시하는 Z세대의 특성에 맞춰 ‘맞춤형’(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AI로 Z세대의 소비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혜택이나 상품을 추천해주는 ‘AI 마케팅’을 도입했다. 보험사들은 운동과 건강에 관심이 많은 Z세대를 겨냥해 AI가 운동 모션을 인식해 자세를 교정해주거나 맞춤형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AI 헬스케어’ 플랫폼을 만들었다. 삼성생명의 ‘더헬스’, 신한라이프의 ‘하우핏’ 등이 대표적이다.

신한은행 AI 은행원
고객 응대를 돕거나 계좌 이체 등을 해주는 ‘AI 은행원’도 확산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 금융권 최초로 AI 은행원을 도입해 현재 전국 150여 개 점포에 배치했다. 예·적금 신규 개설, 신용대출 신청 등 40여 개 업무를 AI 은행원이 해준다.

이 같은 혁신 실험들이 머잖아 미래 금융 생활의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영서 KB금융지주 디지털플랫폼총괄(CDPO)은 “Z세대는 시공간 제약이 없는 디지털 세상에서 소비와 투자를 하고 금융 정보를 얻는다”며 “20년 전만 해도 실험적이었던 모바일뱅킹이 지금 주거래 채널이 됐듯 메타버스도 새로운 채널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금융사들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선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망 분리 등 보안 규제를 정비해 다양한 디지털 혁신이 일어나도록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며 “금융이 다른 산업, 기술과 결합하도록 장애물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래 농협은행 디지털금융부문 부행장은 “실제 금융 거래를 메타버스에서 어떻게 구현할지 기술적, 제도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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