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당선인, 국토장관 지명하며 “시험대이자 독배”… 원희룡 “시장 제압하려는 오만한 접근 안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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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로 투기이익 기대는 착각”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2동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과천=뉴스1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2동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과천=뉴스1
“(국토교통부 장관직이) 너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시험대이자 독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서민과 중산층 주거 안정에 대한 희망을 되살리고 집값 장벽으로 인한 현대판 신분 계급제를 해소해 달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1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국토부 장관으로 지명받으면서 이 같은 당부를 받았다고 밝혔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폭등한 가운데 새 정부는 공급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를 펼치면서도 집값을 자극하지 말아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점을 감안한 주문으로 분석된다.

원 후보자는 이날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처음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집값을 단번에 잡을 수 있다거나 정부의 정책 수단으로 시장을 제압할 수 있다는 오만하고 비현실적인 접근은 하지 않겠다”며 “시장 이치와 전문가 생각을 최대한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공공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민간 역할을 인정하면서 시장 정상화를 이끌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동시에 원 후보자는 ‘규제 완화 속도 조절론’을 펼쳤다. 그는 “새 정부의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으로 일부 고가 주택, 개발·투기이익을 누릴 수 있는 주택이 쏟아질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라며 “매우 정교하고 신중하게 움직이겠다”고 했다. 주택 공급과 관련해 “수요에 맞는 공급을 하고 공급이 예측 가능해서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시장의 가격 신호에 이상 과열을 부추기는 공급은 이 정부가 추구하는 공급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 후보자가 제주도지사 시절 강도 높게 비판한 임대차3법과 공시가격 제도에 대해서도 한발 물러났다. 임대차3법의 경우 “실제 작동하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부작용을 준 측면이 있다”고 밝혀 전면 폐지보다는 부작용을 우선 보완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공시가격에 대해서도 “정책은 어느 한 측 입장만으로 정할 수 없고, 이제 정책 공급자의 입장에서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했다.

인수위 내에서도 신중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도 이날 “부동산 폭등과 세금 폭탄은 전 정부의 잘못이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당장 바로잡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역시 전날 “인위적으로 시장을 누르면 단기간은 버틸 수 있지만 밑에서 부작용이 끓고 결국 폭발한다”면서도 “부동산 시장 정상화 정책을 너무 급속하게 가면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동수기자 firefly@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원희룡#윤석열#국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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