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아파트 거주 여부도 출산율에 영향 미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6일 14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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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자료사진 2021.11.15/뉴스1 © News1
아파트 자료사진 2021.11.15/뉴스1 © News1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열악한 주거 환경이 출산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주거시설이라면 자녀 유무와 관계없이 출산 의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었다. 또 유자녀 가구보다는 무자녀 가구일수록 주거 문제가 출산 의사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받고 있었다.

이에 따라 출산 관련 주택정책을 수립할 때 가구 구성의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주택 정책을 수립하고, 자녀 양육과 교육 친화적 주거 환경 마련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은 논문집 ‘서울도시연구 제22권 제1호’에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 ‘주거 특성이 서울시 기혼여성의 출산 의사에 미치는 영향’을 게재했다. 논문은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서울에 거주하는 25~39세 기혼여성 4만6302명(무자녀 1만5324명, 유자녀 3만97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이다.

● 자가나 아파트 거주 여부, 자녀 출산에 큰 영향
논문에 따르면 우선 거주지역이 출산 의사에 영향을 미쳤다.

무자녀 가구의 경우 다른 조건이 일정하다면 도심권 거주 기혼여성의 출산 의사가 가장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고소득자일수록 첫 자녀 출산을 늦추고, 주택가격이 높은 지역 신혼부부의 출산 확률이 낮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반면 유자녀 가구의 경우에는 도심권에 거주할 때 다자녀 출산에 대한 의사가 높게 나타났다. 양육하기 좋은 문화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좋을수록 후속 출산 계획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주거형태나 주택유형, 최저주거기준 미달 여부 등과 같은 주거특성도 출산 의사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무자녀 가구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반면 유자녀 가구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여부에만 영향을 받았다.

우선 자가 전세 월세 등으로 나뉘는 주거형태다. 무자녀 가구는 월세보다 전세 또는 자가에 거주할수록 출산 의사를 더 많이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거 불안정성이 높은 월세에 거주할 경우 첫 자녀 출산에 대한 의사가 감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파트 단독주택 연립 등으로 나뉘는 주택 유형도 영향을 미쳤다. 무자녀 가구는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이나 연립·다세대 주택에 거주할수록 출산에 대한 의사가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녀 양육에 있어 상대적으로 편리성과 양호한 교육환경이 갖춰진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에 대한 경험은 무자녀 가구와 유자녀 가구 모두 영향을 받았다. 즉 최저주거기준 미달을 경험하고 있을수록 출산에 대한 의사가 없을 확률이 커진 것이다. 이는 최저주거수준 미달이나 지하, 반지하, 옥탑방과 같은 여건이 자녀 양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선택의 결과로 풀이된다.

● 저출산 대책에 주택, 주거문제도 반영해야
논문은 이런 분석 결과를 토대로 현재 처해 있는 열악한 주거상황의 개선이 출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저출산 정책의 범위를 주택 및 주거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주거 특성에 따라 무자녀 가구와 유자녀 가구가 반응하는 방식이 다르므로 출산 관련 주택정책을 수립할 때 가구 구성에 따른 차별화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자녀 가구의 첫 자녀 출산을 위해서는 주거 안정성과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에, 유자녀 가구의 다자녀 출산을 위해서는 최저주거기준 미달상태 개선이 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주거비 부담 완화 △월세에서 전세·자가로 주거 상향 또는 최저주거기준 미달 주택에서 양호한 주택으로의 이동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주택공급정책, 재정정책, 금융정책 등 다양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무자녀 가구와 유자녀 가구를 위해 양육 및 교육 친화적 주거환경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요구했다. 거주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에 양육 관련 시설을 확대해주거나, 주택 공급 시 보육시설을 갖치 공급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 전업주부, 유자녀 가구가 무자녀 가구의 2배
한편 논문을 통해 유자녀 가구와 무자녀 가구의 출산과 관련한 다양한 현황도 확인됐다.

우선 무자녀 가구의 81%는 출산 의사를 가지고 있는 반면 자녀를 한 명이라도 출산한 유자녀 가구는 30%만 출산 의사를 보였다. 또 조사대상자의 가구 당 평균 자녀수는 1.5명이었다.

평균 연령은 무자녀는 31.5세, 유자녀는 33.8세였다. 초혼연령은 무자녀(29.2세)가 유자녀(27.9세)보다 높았다.

무자녀 가구는 임금근로자가 67%로 가장 많았고, 전업주부는 27%에 불과했다. 반면 유자녀 가구는 전업주부(52%)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임금근로자(43%)보다 많았다. 유자녀 가구의 전업주부가 무자녀 가구보다 2배가량 많아 눈길을 끈다. 두 가구 모두 자영업이 가장 적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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