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소비의 힘, 명품이 매출 효자”… 백화점 ‘에루샤’ 유치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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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영업이익 40~180% 늘어
집객효과 큰 명품매장 강화 바람
분야별 세분화로 고객 수요 대응도
‘에루샤’ 매장 유치에 사활 걸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도 명품 수요가 증가하며 백화점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의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670억 원으로 전년 동기(239억 원)보다 180.3% 늘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분기 영업이익 454억 원보다도 많은 수치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2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9%, 148.9% 뛰었다.

백화점 실적이 호조를 보인 것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시 수그러들 당시 소비자들이 명품 중심으로 보복소비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화점 3사 중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를 모두 갖춘 매장이 가장 많은 신세계는 명품 부문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5.4% 늘었다. 국내에서 에루샤 매장을 다 갖춘 백화점 7곳 중 4곳이 신세계백화점이다.

명품 분야 신장률이 전체 매출을 좌우하면서 백화점들은 명품 매장을 분야별로 세분화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1층을 리뉴얼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프리미엄 스킨케어 제품을 취급하는 샤넬 매장을 기존 코스메틱 매장과 별도로 오픈했다. 이달 말에는 에르메스 액세서리 매장도 1층에 오픈할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같은 명품 브랜드라도 타깃에 따라 매장을 세분화하면서 고객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에도 이달 중 루이비통 맨즈 매장과 구찌 맨즈 매장이 들어설 계획이다. 최근 2030 남성 소비자들의 명품 소비가 급증하는 현상을 반영했다.


같은 지역 내 경쟁사들끼리는 에루샤 유치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의 샤넬 매장은 지난달 31일 이후 영업을 종료했다. 지난해 11월 에르메스가 철수한 데 이어 에루샤 중 루이비통만 남게 됐다. 반면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지난해 말 에르메스, 올 3월 샤넬 매장을 유치하면서 대구에서 유일하게 에루샤 매장을 갖춘 백화점이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 업체들이 동일 지역 내에서 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거나 매출이 좋은 백화점을 입맛대로 선택해 옮겨다니는 셈”이라고 말했다.

신규 출점을 준비 중인 백화점들도 에루샤 유치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20일 롯데백화점 동탄점, 27일 대전신세계 ‘아트&사이언스’가 문을 연다. 에루샤 매장은 오픈과 동시에 입점하지 않고 향후 실적에 따라 입점 여부를 선택하기 때문에 경쟁 업체 간 신경전이 더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에루샤 중 한 브랜드의 매장이 입점하면 나머지 매장도 같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누가 첫 단추를 잘 꿰느냐가 승패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은 마진율이 낮아서 수익성 자체는 좋지 않지만 소비자 수요와 집객효과 자체가 워낙 압도적”이라며 “특히 에루샤 매장은 희소성 때문에 고객들이 알아서 몰려오고 고급 소비재 위주로 추가 쇼핑을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유치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보복소비#명품#매출#에루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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