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위기감 커지자…외국인·기관은 1.5조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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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3월 24일 14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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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이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주력으로 생산해온 파우치형 배터리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중국 CATL, 스웨덴 노스볼트가 주력 생산하는 각형 비중을 높인다는 전략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17일 서울 용산구 폭스바겐 한남전시장. 2021.3.17 © News1
폭스바겐이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주력으로 생산해온 파우치형 배터리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중국 CATL, 스웨덴 노스볼트가 주력 생산하는 각형 비중을 높인다는 전략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17일 서울 용산구 폭스바겐 한남전시장. 2021.3.17 © News1
외국인과 기관이 폭스바겐의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선언에 국내 2차전지 생산업체인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을 1조5000억원 넘게 팔았다. 폭스바겐이 전기차 배터리를 내재화하고 각형 배터리 적용을 확대한다고 밝힌 것을 악재로 인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6일부터 전일까지 6거래일 연속 LG화학을 순매도했다. 순매도 규모는 7439억원으로 전체 상장 종목 중 가장 많다. 외국인은 지난해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부문을 분할해 100%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한다고 발표했을 때도 이 회사 주식을 적극적으로 사들였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을 각각 1739억원과 521억원 어치를 팔았다.

기관도 ‘K-배터리’ 주식 매도 행렬에 동참했다. 이 기간에 기관은 LG화학을 2095억원, SK이노베이션을 1754억원, 삼성SDI를 1456억원 각각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과 기관의 누적 순매도금액은 1조5814억원에 육박한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힘입어 이들 기업 주가도 큰 폭으로 내렸다. 지난 6거래일간 LG화학 주가는 20% 가까이 하락하며 70만원선까지 밀렸다. LG화학 주가가 80만원 아래에서 거래를 마친 것은 지난해 12월 22일(79만7000원) 이후 약 3개월만이다.

SK이노베이션 주가도 이 기간에 11.6% 내린 데 이어 24일 장중 20만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삼성SDI 주가 역시 약 9% 빠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도주 역할을 하며 ‘삼천피’ 중심에 섰던 2차전지 관련주의 동반 약세에는 폭스바겐의 전기차 로드맵 발표가 도화선이 됐다. 폭스바겐은 지난 15일(현지시간) 2차전지와 전기차 사업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을 밝히는 파워데이를 개최하고 배터리 개발·생산 내재화를 선언하고 이를 위해 2023년부터 통합형 셀(Unified Cell)이라고 부르는 각형 배터리를 탑재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내재화 선언으로 배터리 업체와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는 인식이 주가 하락을 견인했다. 폭스바겐 뿐 아니라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내재화에 나서면서 배터리 업계의 주도권이 넘어갈 것이라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특히 폭스바겐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타격이 더 컸다.

삼성증권은 LG화학의 목표주가를 125만원에서 110만원으로 12% 하향했고 SK이노베이션 목표주가도 36만원에서 19.4% 내린 29만원으로 조정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최근 K-배터리 종목의 주가조정은 시장의 우려를 상당부분 반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완성차업체의 배터리 내재화가 배터리업체의 성장성을 훼손할 수준까지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내재화) 물량확대 가능성은 떨어지기에 최근 주가조정은 시장의 우려를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또 “향후 완성차업체로부터 발주 또는 협업 뉴스가 발표될 경우 투자자들의 우려가 불식돼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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