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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정의선 실용주의… ‘GBC’ 50층 3개동으로 바꿔 일부 매각 검토

입력 2021-02-03 03:00업데이트 2021-02-03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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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층 계획했던 현대차 통합사옥
여의도 IFC 성공모델 참고해 “명분보다 실리” 건물 쪼개기 검토
변경땐 지분 매각-분양 더 쉬워져… 공사비 절감-투자 유치에도 유리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옛 한국전력 본사 터에 짓고 있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당초 105층(569m)이 아닌 50∼70층 규모 건물 2, 3개 동으로 변경하고, 상황에 따라 건물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알짜 건물’ 여러 채를 짓고 지분 매각, 분양이나 임대 등을 추진하는 게 초고층 건물 한 채를 짓는 것보다 매력적인 부동산 상품으로 투자를 받기 쉬울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국내 최고 높이 건물’이라는 타이틀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걸 두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사진)의 실용주의 경영 스타일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시각도 있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GBC를 50층 건물 3개 동으로 짓겠다는 설계안을 마련해 내부 검토 중이다. 당초 ‘70층 규모 건물 2개 동’ 방안도 검토했으나 50층 방안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GBC 개발 및 운영에 서울 여의도 ‘IFC’ 모델을 참고하고 있다. 2008년 착공해 2012년 문을 연 IFC는 오피스 건물 3개 동, 5성급 호텔 건물 한 동으로 이뤄졌다. 지하에는 쇼핑몰, 영화관도 있다.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에 따라 2003년부터 추진됐고 AIG그룹이 서울시로부터 99년간 토지를 빌리고 건물을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개발했다.

IFC는 지상 29∼55층 건물 4개 동으로 지어졌다. 3만3058m² 땅에 연면적 50만5236m²로 GBC 절반 규모다. IFC는 외국계 금융기관, 회계법인 등이 입주를 하고 쇼핑몰이 개관해 사람들이 모이면서 여의도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몸값도 크게 올랐다. AIG그룹은 2016년 캐나다 투자운용사인 브룩필드에 IFC를 2조5500억 원에 매각했다. AIG가 IFC를 매각해 벌어들인 차익만 8960억 원에 달했을 정도다.

현대차가 GBC 건물을 1개 동이 아닌 2, 3개 동으로 나누는 것은 IFC처럼 필요에 따라 건물을 매각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초고층이라는 명분보다는 차라리 활용도가 높은 건물을 지어 실익을 찾자는 것이다.

건물을 쪼개서 지으면 공사비가 절감돼 공사 단계에서부터 외부 투자자들과 협업도 용이해진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싱가포르 투자청과 아부다비 투자청, 유명 글로벌 정유기업 등을 접촉해 투자 논의를 했다. 투자자들도 GBC 진행과 수익성 등을 따지면서 투자 여부를 논의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진다.

재계 관계자는 “건물을 쪼개면 건물 활용성이 커진다. 건물 매각 시 토지 비용, 공사 비용 등을 가감시키는 효과도 있어 현대차에 여러모로 유리한 방식”이라며 “투자자들에게도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GBC 설계 변경안을 다시 허가해 줘야 한다. 당장 서울 강남구가 건물 층수를 낮추는 안에 반발하며 105층 건축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하고 있다. 현재 공사 중인 GBC를 착공하기까지 개발 계획서 제출부터 승인까지 4년이 넘게 걸렸다. 이 절차를 다시 밟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정치적 문제가 돌발 변수로 터질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투자 결정이 쉽지 않다는 점도 변수 중 하나다.

한 재계 임원은 “과거는 높은 건물로 기업의 자존심을 드러냈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며 “GBC가 어떤 그림으로 탄생할지 시간은 걸리겠지만 정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보여줄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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