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손잡은 제2금융, 은행금리 수준 신용대출 상품 내놨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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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온라인사업자 신용평가… 고객리뷰 등 분석해 평가 정교화
미래에셋캐피탈 금리 3.2~9.9%… “소상공인 넘어 개인대출도 추진”

1일 오전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센터원 사무실에서 이만희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1일 오전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센터원 사무실에서 이만희 대표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과 네이버파이낸셜이 소상공인 대출에 이어 개인 신용대출 시장에도 진출한다. 네이버와 손잡은 미래에셋과 기존 캐피털사, 신용카드사, 핀테크(금융기술 기업) 간의 중금리 대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일 이만희 미래에셋캐피탈 대표(56)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네이버와 캐피털사의 전문성을 살린 ‘따뜻한 금융 혁신’을 시작할 것”이라며 “소상공인 대출에 그치지 않고 네이버파이낸셜과 함께 개인 신용대출 상품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캐피탈과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날 네이버에 입점한 ‘스마트스토어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을 내놓는다고 발표했다.

○ 금융업 변방이던 캐피털사, 빅테크와 손잡고 은행에 도전장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이다. 담보·보증을 요구하거나 점포가 있어야만 가능했던 기존 사업자 대출과 달리 매출 흐름이나 단골 고객 비중, 고객 리뷰, 반품률 등 자체 자료와 신용평가회사(CB) 금융 데이터를 2 대 8 비율로 조합한 새로운 신용평가 시스템(ACSS)을 적용한 점이 특징이다.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렵거나 2금융권 등을 통해 15∼24%에 달하는 고금리 상품을 이용해야 했던 소상공인들을 끌어안기 위한 상품이다.

무엇보다 낮은 금리가 눈길을 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소상공인들이 3개월 동안 월 100만 원 매출을 유지했다면 최저 3.2%에서 최대 9.9% 금리로 최대 5000만 원까지 돈을 빌릴 수 있다. 은행의 3∼10%대인 개인사업자 대출(사잇돌중금리) 금리와 비슷한 셈이다.

캐피털 회사에서 은행과 비슷한 대출 금리를 제시할 수 있었던 건 대안신용평가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캐피털사 등 2금융권에서는 대출 부실률이 높아 최대 24%의 고금리를 적용하더라도 마진은 3∼4%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고객 리뷰, 단골고객 데이터 등을 통해 신용평가를 정교화하면 부실 비율을 줄여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얘기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마진을 기존 캐피털사의 평균(3∼4%)보다 낮은 2% 이하로 적용해 금리도 더 낮췄다. 그는 “연 20% 고금리를 받고 추심 인력이 돌아다니며 돈을 받는 건 이제는 낙후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 미래에셋-네이버 “개인 신용대출 시장 진출도 논의 중”

이 대표는 “소비자에게도 낮은 금리 상품을 제공하고 금융사는 2% 수익을 낼 수 있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모델”이라며 “미래에셋은 네이버의 신용평가 시스템을 믿었고, 네이버 또한 혹시모를 부실의 일부를 분담하는걸 고려하기로 하면서 소비자 친화적인 상품이 나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금융사와 손잡은 네이버의 금융영토 확장은 더욱 넓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는 “미래에셋캐피탈과 네이버파이낸셜은 소상공인 대출에 그치지 않고 개인 신용대출 시장 진출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이 기존 금융권에 직접적으로 미칠 영향은 일단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용도 평가가 어려워 기존 금융권이 다루지 않았던 시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이버와 합작한 금융서비스가 개인 신용대출 등으로 확장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결정으로 중금리 대출 영역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3∼10% 수준 금리는 엄청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특히 캐피털사 신용카드사 등의 주요 영역인 중소기업 대출과 개인 신용대출 등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빅테크#제2금융#신용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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