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기대감에 글로벌 증시 ‘들썩’…다우지수, 사상 첫 3만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5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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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다우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만 선을 돌파한 24일 오후(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자청했다. 그는 “그 신성하던 숫자인 3만은 전혀 깨진 적이 없는 숫자였다”며 자축했다. 최악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실업난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다우지수는 1896년 출범한 뒤 103년 만인 1999년 3월 10,000선을 돌파했다. 이후 20,000선을 넘는 데는 약 18년이 걸렸다. 그리고 다시 3만 고지에 오르는 데는 불과 3년 10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맹위를 떨치고 있고 이로 인한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 증시 급등이 의외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며 세계 경제가 다시 정상을 되찾는 ‘가까운 미래’에 투자자들이 배팅을 걸었다고 분석한다.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백신이 임상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미국과 유럽 주요국은 이르면 다음달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다.

또 이번 증시 급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총무청(GSA)에 정권 인수인계를 권고하며 사실상 대선 패배를 시인한 점도 기폭제가 됐다. 대선 이후 부정선거 시비로 인한 정치 리스크와 이에 따른 부담을 월가가 덜어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월가에선 이번 증시 랠리가 ‘바이든에 대한 축포’라고 평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당선인이 재정 확장주의자로 분류되는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재무장관에 임명할 것이라는 소식도 향후 경기부양책 집행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부풀렸다. 연준 의장으로서 금융위기 탈출에 큰 공을 세웠던 옐런 전 의장은 이번 경제위기 극복에도 적임자라는 평가가 월가에서 나오고 있다.

이틀간 역대 최고치 행진을 했던 국내 코스피는 25일에는 0.62% 하락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날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1000억 원 넘게 사들이며 15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갔다. 삼성 LG 등 10대 그룹 시가총액이 1000조 원을 넘어선 것도 외국인이 밀어 올린 유동성 장세에 기초하고 있다.

23, 24일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던 삼성전자에 힘입어 삼성그룹 시총은 588조7000억 원(23일 기준)으로 지난해 말보다 23.76% 불었다. 10대 그룹 전체 시총의 55%를 차지한다. SK그룹이 151조9000억원으로 뒤를 이었으며 LG그룹(122조 원), 현대차그룹(107조5000억원) 순이었다. LG는 배터리 호재로 LG화학 시총이 135% 늘면서 그룹 전체로는 44.5% “집을 불렸다. 10대 그룹 중 시총 증가율이 가장 높다. 10대 그룹 중 7개 그룹은 시총이 늘었지만 현대중공업, GS, 신세계는 줄었다.

10대 그룹 중 시총이 100조 원을 넘는 그룹은 지난해 말에는 삼성과 SK 뿐이었지만 LG와 현대차가 100조 클럽에 새로 가입했다. 이들 10곳이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2%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김자현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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