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정부의 재정준칙 도입 방안과 관련,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국가 재정에 필요한 자기규율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 진전으로 연금이나 의료비 등 의무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상황이어서 재정 운용에 있어 유연성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정부의 재정준칙안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는데 국회를 중심으로 전문가 의견을 듣고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최선의 방안이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통화정책방향과 관련해서는 국내 경기 회복세가 나타날 때 까지 완화적 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총재는 “경제가 정상궤도로 복귀해 그야말로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가는 상황이 돼야 한다”며 “내년도 성장률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할 수 있어 수치 자체 만을 갖고 통화정책 기조 전환을 고려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때 가서 코로나19 전개 상황, 소비, 수출, 투자 등 실물 경제지표의 전반적인 흐름을 토대로 한 경기 전망을 고려해 (정책기조 전환 여부 등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제시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1.3%,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8%다. 내년 전망치대로 국내 경제 성장률이 반등해도 코로나19 확산 영향이 약화되고, 뚜렷한 경기 회복세가 있어야 금리인상 여부 등을 고려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저금리 장기화의 부작용 중 하나로 가계부채 급증 문제가 지목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차입비용 감소로 가계대출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금리 외에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게 사실”이라며 “특히 올해 공모주 청약 붐으로 주식 투자자금 수요가 늘고, 코로나19 이후 생활자금 용도의 대출이 크게 늘어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최근 증가세가 더 높아지고 있는 점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가계대출 자금이 자산시장으로 과도하게 유입될 경우 추가적인 금융불균형 축적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우려했다.
내년 정부의 대규모 국고채 발행에 따른 채권시장 수급 불균형 우려와 관련해선 “주요국 통화정책의 완화기조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지고 국내 채권 투자에 우호적인 여건이 당분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로서는 향후 채권시장 수급 불균형을 크게 우려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수급 불균형에 따른 시장 불안이 발생할 여지는 있어 장기 투자 기관의 채권 수요 변화라든가 시장의 수급 상황 등을 계속 지켜보고 적기에 대응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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