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라지고, 월세 깐깐해진다

김호경 기자 , 최혜령 기자 , 파리=김윤종 특파원 입력 2020-08-01 03:00수정 2020-08-01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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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뀌는 전월세살이]‘4년 보장, 5%내 인상’ 즉시 시행
기존 세입자 주거 안정 대폭 강화
집주인, 전세→월세 전환 많아질듯
세입자 들일때 까다롭게 골라받아 신규 세입자엔 문턱 높아질 우려
31일 전격 시행된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한국 전월세 시장의 물줄기를 바꾸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 전세는 더 빨리 사라지고 월세 위주의 임대 시장이 열릴 공산이 커진 것이다. 정부는 이날 두 제도의 법적 근거를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관보에 게재했다.

시장에서는 실제로 전세가 줄고 월세는 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는 4424채나 되는 대규모 단지인데 최근 전세 물건이 씨가 말랐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역삼래미안에서는 7월 10일 32건이던 월세가 31일에는 79건으로 약 2.5배로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총 3만8427건으로 한 달 전(4만2060건)보다 8.6%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월세 물건은 2만4173건에서 2만4728건으로 2.3% 증가했다. 이자 수익은 줄고, 보유세 부담은 늘고 있어 보증금을 빼줄 형편이 되는 집주인들부터 월세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프랑스 등 월세가 전부인 선진국처럼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임대 시장도 월세 위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0년까지만 해도 전세(50.3%)가 월세(49.7%)보다 많았다. 하지만 이 비율은 2012년 역전됐고 현재 전세 비중은 39.7%로 쪼그라들었다.


임대 시장이 월세 위주로 바뀌게 되면 전세 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전월세 전환율(연 4%)에 비해 은행 금리가 훨씬 낮아 전세가 세입자에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거주 요건의 강화 등으로 공급량이 줄어들어 4년의 임차를 마친 세입자는 새 집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집주인은 세입자를 깐깐하게 골라 받으려고 할 공산이 크다. 세입자 보호 장치가 강한 유럽에서는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처음 들일 때 월급명세서, 각종 보험증명, 신원조회 등을 요구하고 면접까지 본다. 특히 임대 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는 신혼부부나 사회 초년생들은 주거 마련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기 때문에 정부의 임대 물량 확대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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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임대차 3법은 주거 안정 측면에서는 세입자에게 좋은 제도다. 다만 임대 시장이 월세 위주로 바뀌게 되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주거비 부담 때문에 내 집 마련 시기가 뒤로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최혜령 기자 / 파리=김윤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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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3법#전세#월세#세입자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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