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경영자 인센티브에 CSR성과 반영… 기업가치 높아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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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 기업, 경영자 보상계약때 CSR 성과 지표로 반영한 비율
2004년 12%→2013년 37% 증가… 장기적 가치 창출로 유인 효과

현대자동차는 지난해부터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계량화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을 최고경영자의 핵심 성과지표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처럼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그런데 실제로 얼마나 많은 기업이 경영자 인센티브(보상) 계약에 CSR 성과를 반영하고 있을까. 또 CSR를 반영하는 경영자 보상 계약은 기업에 어떤 영향을 줄까.

미국 연구팀은 CSR를 평가요소에 포함하는 경영자 보상 계약(CSR 계약)의 유효성과 영향력에 대해 연구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연차보고서를 수집해 경영자 보상 계약에서 CSR가 성과지표로 사용됐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S&P500 기업들의 24%가 경영자 보상 계약에서 CSR 지표를 반영하는 것을 찾아냈다. 2004년에는 S&P500 기업 중 12%만이 CSR 계약을 사용했던 반면에 2013년에는 그 비율이 37%까지 증가했다.

연구 결과 CSR 계약을 도입한 기업은 장기지향성이 크게 증가했다. 사회 및 환경 성과에 근거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경영자가 장기적 성과를 중심으로 생각하게 만들었으며, 기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들을 포기하지 않게 됨으로써 궁극적으로 그 가치가 상승하게 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CSR 계약의 도입은 대표적인 CSR측정 지수인 KLD지표로 측정된 CSR 성과를 5.2%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CSR 성과의 증가는 피동적인 이해관계자들(자연환경 및 지역사회)과 관련된 활동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사회가 CSR 계약을 통해 경영자가 자연환경과 지역사회에 공헌하도록 유도한 결과다.

엑셀에너지는 미국 8개 주, 500만 고객에게 전기와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에너지 공급 업체다. 이 회사는 일찍이 지속가능성 진단을 경영자 보상에 도입해 기본급을 제외한 나머지 경영자 보상이 탄소 배출 감소율, 고객 만족, 에너지 요율 안정화, 직원 안전 및 지역사회 안전 같은 CSR 성과와 연동되도록 보상 체계를 만들었다. 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힘든 시기에 고객의 안전과 직원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기업의 가치”라며 “코로나19 사태라는 비상시기에 전기 혹은 가스 요금을 연체하는 고객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엑셀에너지의 3년 평균 탄소 배출 감소 목표는 26%였으나 실제 결과는 이를 훨씬 상회하는 31.8%를 기록했다. 그뿐만 아니라 에너지 요율 안정화에서도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CSR 계약은 경영자들에게 장기적 시각을 제공하고 그들의 관심을 장기적 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에게 향하도록 유인책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 역시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jinkim@konkuk.ac.kr

정리=김성모 기자 mo@donga.com
#현대자동차#엑셀에너지#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계약#인센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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