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1∼3월) 모바일기기(HHP) 공장 가동률이 2014년 2분기(4∼6월) 이후 처음으로 80% 아래로 떨어졌다. 전체 생산량도 전년 동기 대비 약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생산, 소비가 모두 얼어붙은 탓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최악의 경우 IM사업부문이 갤럭시 시리즈를 출시한 2010년 이래 첫 분기 적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분기보고서를 보면 ‘위기의 삼성전자’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주요 제품의 수요 위축세가 뚜렷하다. 스마트폰 외에도 TV, 디스플레이(스마트폰 패널) 등 주요 제품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모두 감소세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주요 제품별 시장점유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전체 시장 규모가 쪼그라들면 삼성전자의 실적 감소도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생산도 줄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한국, 베트남, 브라질 공장에서 모바일기기 총 5873만7000대를 생산했다. 전년 동기(8010만7000대) 대비 2137만 대가 줄었다. 공장 가동률도 전체 생산능력(8010만 대)의 73.3%에 머물렀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진 데다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침체, 오프라인 매장 폐쇄 등 악재가 겹친 것이 부진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수출 주력 제품인 TV, 디스플레이도 코로나19 영향권에 놓여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TV 수요는 2억2291만 대였던 데 비해 올해는 2억 대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TV 시장의 대형화, 고화질화 흐름에 맞춰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8K 라인업을 대폭 강화하며 차별화 전략에 나선 삼성으로서는 시장 수요 감소로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디스플레이 사업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전 세계 대형 스포츠 이벤트들이 줄줄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판매 감소까지 디스플레이 판매에 영향을 미치면서 전체 시장 규모는 14억4000만 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전 세계 시장 규모는 16억1000만 대였다.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사업도 불확실성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교육, 원격근무, 화상회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지속적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탓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침체에 빠진 모바일 시장의 회복 시기와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의 서버 증설 투자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전망이 기업별로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최근 미중 사이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 등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삼아 투자하고 있는 시스템반도체 사업 부문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는 미국에 120억 달러(약 14조7500억 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반도체 자급을 추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이 작용했다.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고민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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