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림제지㈜는 국내 재활용 시장에서 독특한 위상을 가진 기업이다. 1980년대 재활용이 어렵게만 여겨지던 시절에 버려진 우유팩으로 화장지를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재활용 시장을 새롭게 열었다.
우유팩 화장지는 윤명식 부림제지 회장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상품이다. 1970년부터 제지업에 뛰어들었던 윤 회장은 우유팩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우유팩이 고급 펄프로 만든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유팩은 안에 비닐이 코팅돼 있어서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윤 회장은 우유팩 재활용을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한 끝에 펄프를 분쇄하는 기계를 개조해 4∼5번씩 이를 걸러내는 작업을 통해 버려지던 우유팩에서 비닐코팅을 벗겨내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1985년 우유팩 화장지를 개발했다. 현재 이 회사의 우유팩 재활용 화장지인 코주부 제품은 안정적인 매출을 이어나가고 있다.
열대우림의 무분별한 벌목으로 천연 펄프 가격이 떨어지면서 천연 펄프 화장지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일도 잦아지고 있지만 환경을 위해서는 재활용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윤 회장의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윤 회장은 아들인 윤우석 상무에게도 친환경 우유갑 화장지 생산에 사명감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윤 회장은 부도가 나기 직전에도 거래처와의 신용을 지켰던 일화를 밝히며 “대를 이어 신뢰를 주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윤 상무에게는 어려울 때 도와줬던 두레생협 조합원과의 신뢰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윤 회장은 “앞으로도 무리한 외형 확장보다는 지금까지 지켜온 가치를 중심으로 내실을 다지고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히 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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