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도미노 폭락… “코로나로 세계 GDP 10% 날아갈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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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금융위기 이상의 경기침체 우려
韓 소비심리 OECD중 최대폭 추락… 골드만삭스 올 성장률 1.0%로 하향


미국 뉴욕 증시가 일주일에 2번이나 거래 정지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코로나 공포’가 증폭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촉발된 실물경제 위축 우려에 미국의 유럽발 입국 차단이 겹치면서 세계 경제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여기에 각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교역 감소와 기업 실적 악화, 최근 국제유가의 급락까지 더해지며 충격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외신들은 “2020년 3월은 인류 역사에 경기 후퇴의 시발점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도 증시가 기록적인 급락을 보인 뒤 소폭 반등했다가 다시 깊게 추락하는 전형적인 경제위기형 패턴을 보이고 있다. 11일 미국 증시가 6% 가까이 폭락한 것이 12일에는 아시아, 유럽 증시로 급락세가 전이됐고 12일에 다시 미국 증시가 폭락 개장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각국의 시장 불안이 도미노처럼 퍼지면서 연쇄 폭락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전염병의 확산에 따라 물리적인 이동 제한이 걸리고 경제 활동이 올스톱하면서 세계 경제가 사실상 ‘동시 셧다운’ 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혹은 그 이상의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는 이유다.

세계 주요 연구기관들은 이제 코로나19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신종인플루엔자 사태를 넘어 20세기 최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었던 1918년 스페인 독감과 비교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최악의 경우 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코로나19로 인해 최대 9조 달러(약 1경800조 원)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19년 세계 GDP가 88조 달러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GDP의 약 10%가 날아가는 셈이다.

문제는 코로나19의 종식 시점을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 금융사 퍼스트 아메리칸 트러스트의 제리 브랙먼 최고투자책임자는 “많은 사람이 증시의 바닥을 묻는데, 난 이제 겨우 절반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리만 베흐라베시 IH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상황이 나아지더라도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걸 매우 조심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효과도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낮추는 ‘빅 컷’을 단행했지만 위기 진화에는 실패했다. 유럽도 이미 제로금리라서 추가 인하 여력이 크지 않다. 그 대신 유럽중앙은행(ECB)은 12일 저금리로 은행들에 대출을 해주는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도입하고 순자산 매입 규모를 1200억 유로 더 늘리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의 충격을 먼저 받은 한국의 상황은 다른 국가보다 훨씬 심각하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11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0%로 낮췄다. 각 기관이 속속 한국의 성장률을 1% 안팎으로 하향 조정함에 따라 올해 0%대 성장률도 각오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 심리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소비자신뢰지수(CCI)는 1월(100.0)보다 0.4 하락한 99.6으로, 자료 집계가 완료된 25개국 중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정부는 추락하는 증시를 떠받치기 위해 시장 안정화 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방침이다. 장기주식펀드에 가입하면 소득공제 등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 유관기관들이 공동펀드를 조성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세종=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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