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투자, 돌다리 두드리듯[고준석의 실전투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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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 가능한만큼 위험도 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결혼 5년 차 직장인 A 씨(35)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종잣돈을 모으려고 월급을 예금과 적금에 넣고 있다. 하지만 금리가 워낙 낮다 보니 좀처럼 목돈을 만들기 쉽지 않다. A 씨는 최근 직장 동료로부터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을 짧은 시간 내에 낼 수 있다는 ‘NPL’ 투자를 권유받았다. 고수익이라는 말에 솔깃했지만 생소한 방식이라 투자 위험이 없는지 궁금했다.

NPL은 부실채권(Non Performing Loan)의 약자다. NPL 투자는 금융기관에서 빌려준 대출금 가운데 회수가 어렵거나 회수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부실채권에 투자하는 걸 뜻한다. 금융기관은 자산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이런 부실채권을 자산관리회사에 매각한다. 금융기관은 대출금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구분하는데, 이 중 매각 대상은 담보가 있지만 원금이나 이자가 3개월 이상 연체된 경우인 ‘고정’ 단계 이하 채권이다. 회수의문과 추정손실로 분류된 채권은 담보가 없는 대출금이라, NPL 투자의 주요 대상은 고정 단계인 채권이다.


NPL 투자는 금융기관이 아닌 자산관리회사를 통해 이뤄진다. 일반적인 투자 방법은 채권양도다. 채권자의 권리를 그대로 넘겨받는 것이다. 투자자는 부실채권을 원래 가격보다 싸게 구입한 뒤 직접 경매에 부치거나, 배당에 참여해 수익을 낸다. 예컨대 주택에 1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된 1억 원의 부실채권을 9000만 원에 산 뒤 담보 주택을 경매에 부쳐 1억 원을 배당받는다면 1000만 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추가로 부실채권에 대한 이자와 연체이자까지 배당받는다면 수익은 더 늘어난다. NPL 투자는 직접 부동산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 부담이 없다.

하지만 NPL 투자로 수익을 내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니다. 1순위 근저당권은 경매 이후 배당 과정에서 4순위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는 비용상환청구권이 최우선이다. 2순위가 소액보증금과 임금채권, 3순위가 국세와 지방세다. 그다음이 근저당권이다.

특히 비용상환청구권이나 소액보증금, 임금채권, 세금 등은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공시되지 않아 미리 알기 어렵다. 경매가 시작되고 배당을 요구하는 기간이 끝나야만 비로소 알 수 있다. 만약 1순위 근저당권보다 배당 순위가 앞서는 권리가 있다면 NPL 투자자는 투자금 전액을 배당받지 못할 수 있다. 담보 부동산이 투자금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될 경우에도 손해가 불가피하다.

NPL 투자는 얼핏 보면 안전한 투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부동산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경매에서 담보 부동산이 투자금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고 전액 배당받는다면 높은 수익을 짧은 시간 내에 올릴 수 있다. 하지만 1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된 부실채권만 골라 투자하더라도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은 존재한다. 배당 순위가 밀리거나 경매 물건이 투자금보다 낮게 낙찰될 수 있어서다. 따라서 초보자라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만 보고 NPL에 투자하는 건 피해야 한다. NPL 투자는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부실채권#npl#부동산 경매#근저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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