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00억 들여 고친 월성1호기… 원안위, 영구정지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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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까지 연장운전 승인됐지만 고리1호기 이어 두 번째 영구정지
‘경제성 축소 의혹’ 감사중 확정 논란… 원안위 “안전성 고려해 내린 결정”

경북 경주 월성 원전 1호기가 영구 정지된다. 원자력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위원 7명 중 5명의 찬성으로 ‘월성 1호기 영구 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의결했다. 월성 1호기 영구 정지 안건은 10, 11월 두 차례 회의 때도 상정됐으나 위원 간 이견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날 3번째 회의 만에 표결 처리됐다.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2012년 11월로 운영 허가 기간이 끝나자 5900억 원(당초 계획은 7000억 원)을 들여 노후 설비를 교체하고 원안위로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연장 운전을 승인받았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지난해 6월 경제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조기 폐쇄를 결정하고 가동을 중단했다. 이어 올해 2월 원안위에 영구 정지를 신청했다.

영구 정지가 의결됐지만 한수원이 산정한 경제성이 고의로 과소평가됐다는 지적이 학계와 정치권에서 제기된 데다 감사원이 이를 감사 중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감사원 감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영구 정지를 결정할 수 있느냐는 의견이 나왔다. 야당 추천위원인 이병령 위원은 “앞선 회의에서 안건이 보류됐던 이유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월성 1호기를 또 안건으로 올린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구 정지에 찬성하는 측은 원안위가 안전성을 판단하는 기구이기 때문에 감사원 감사는 고려 사항이 아니라고 맞섰다. 엄재식 위원장은 “원안위는 안전성을 심의하는 곳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와는 별개”라며 “이에 대한 법률 검토도 마쳤다”고 밝혔다. 원안위 측은 “월성 1호기의 영구 정지는 안전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원안위의 이날 결정에 과학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이덕환 공동대표(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60년 과학기술 역사를 휴지통에 버린 사태로 과학기술계에 큰 모욕이자 민주적 법질서를 무시한 폭거”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원전은 월성 1호기를 포함해 총 30기다. 이 중 24기가 가동 중이며 12기는 2030년까지 수명이 만료된다. 월성 1호기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현 정부에서 처음으로 폐쇄 결정이 내려진 원자력발전소다. 고리 원전 1호기는 이미 2015년 6월에 영구 정지 결정이 내려졌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월성1호기#영구정지#원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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