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 얼어붙자, 수출 9개월 연속 하락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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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의 대들보 역할을 해 온 반도체 시장이 얼어붙으며 수출이 9개월 연속 줄었다. 정부는 당초 올해 하반기부터 국제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 수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6% 줄어든 442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수출은 지난해 12월(―1.7%)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9개월 내리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감소율이 두 자릿수를 보인 건 6월부터 3개월 연속이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누적 수출은 3615억7000만 달러로 남은 넉 달 동안 상황이 일부 개선되더라도 연간 6000억 달러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품목별로는 전체 수출의 약 20%를 담당하는 반도체의 낙폭이 컸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보다 30.7% 감소했는데 이는 올해 들어 가장 큰 감소폭이다. 물량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4.5% 늘었지만 D램 국제시세가 1년 새 반 토막 나면서 금액 기준으로 크게 줄었다. 휴대전화(―35.0%), 디스플레이(―23.5%) 철강제품 (―19.7%) 석유화학(―19.2%) 등 주요 수출 품목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국가별로는 주력시장인 중국(―21.3%), 미국(―6.7%)을 포함해 유럽연합(EU·―11.5%), 중남미(―18.3%) 수출이 감소했다. 대일 수출은 22억6000만 달러로 6.2% 줄었다. 1~7월 감소폭(―5.4%)과 큰 차이가 없다.

글로벌 반도체 수급동향 조사기관인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은 약 491조7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3.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WSTS는 지난해 8월에는 올해 반도체 시장이 5.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번에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내년 매출은 올해보다 4.8%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6월 전망치(5.4%)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국 반도체 업계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라는 악재까지 겹쳐 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수출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하반기 수출 총력 지원체계를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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