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 456채 공시가격 오류”… 국토부, 사상 첫 시정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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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개별주택 공시가 인상률, 표준주택보다 7.65%P 낮아”
강남 등 8개구에 “공시가 인상하라” “대부분 비교할 표준주택 잘못 선정”
공시가격 형평성 논란 더 커져


국토교통부는 1일부터 각 지방자치단체의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을 검증한 결과 456채의 공시가격 산정 오류를 발견해 시정을 요구했다고 17일 밝혔다. 지자체가 공시가격을 잘못 책정했다며 가격을 올리라고 요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검증을 벌인 결과가 전체 조사 대상 9만여 채 중 456채(0.51%)에서만 오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용두사미’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이달 들어 전국 개별주택 가격을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정부와 한국감정원이 산정하는 표준주택(22만 채)과 지자체가 책정하는 개별주택(396만 채) 두 가지로 분류된다. 연초 표준주택 공시가격 인상률이 나왔고 4월 개별주택 인상률이 공개됐는데, 둘 사이의 격차가 작지 않아 논란이 커졌다.

정부가 조사에 나선 서울 8개 구는 용산구, 마포구, 강남구, 성동구, 중구, 서대문구, 동작구, 종로구다. 총 9만 채의 개별주택이 있는 이 구들은 개별주택 공시가격 인상률이 표준주택 인상률보다 3%포인트 이상 낮았다. 특히 용산구는 개별주택 인상률(27.75%)이 표준주택(35.40%)보다 7.65%포인트 낮았다. 공시가격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과세 근거가 되는 만큼, 각 지자체가 구민의 ‘세금 절감’을 위해 개별주택 인상률을 낮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국토부에 따르면 공시가격 저평가 주택 456채 가운데 90% 이상은 비교할 표준주택을 잘못 선정했다. 개별주택은 근처에 있는 표준주택 인상률을 기초로 용도, 특성 등을 반영해 공시가격 인상률을 정한다. 하지만 멀리 있거나 특성이 다른 표준주택을 대입해 가격 산정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택 특성 반영 오류 △주택 특성 임의 변경 등도 개별주택 공시가격 저평가의 이유로 꼽혔다.

정부가 가격이 저평가된 개별주택 456채를 걸러냈다고 발표했지만 공시가 논란은 더 첨예해지고 있다. 애초에 국토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내세워 무리하게 가격을 끌어올린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표준주택과 개별주택 인상률 격차가 큰 용산구, 마포구, 강남구 등은 모두 서울 내에서도 공시가격 인상률이 높은 곳이다.

정부가 서울 일부 구만 조사하면서 ‘형평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정부와 지자체가 매긴 공시가격 격차 문제가 발생했다면 전국 지자체를 점검해 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개별주택에 비해 가격 인상률이 높은 표준주택 보유자들의 반발도 당국이 풀어야 할 숙제다.

지자체들이 어디까지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김규현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개별주택 가격 공시 권한은 각 지자체에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정부가 표준주택에 고가주택을 많이 넣는 바람에 인상률이 너무 높아졌다”며 “저가주택에 똑같이 적용하기 어려운 만큼 결과가 오는 대로 내용을 다시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서울 주택 공시가격#국토부#표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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