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가 희망이다]“버려야 산다” 기업, 혁신의 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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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R&D 투자로 기술혁신에 주력

세계 경제는 급변하고 있다. 미중(美中) 무역마찰을 비롯해 세계 경기 둔화, 디지털 변화의 파고(波高) 속에서 기업들은 기존 성공모델로는 더 이상의 생존과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됐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차량공유, 주행버스 등의 상용화가 앞당겨지면서 기존 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전의 성공방식에 집착하지 않고 이를 버려야만 산다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경영학에서는 ‘불타는 갑판’이라는 용어가 종종 쓰인다. 1988년 영국 북해 유전에서 석유시추선이 폭발했을 때 배 위에 있던 사람들은 불타는 갑판에서 타서 죽느냐, 바다에 뛰어내려 상어의 먹이가 되느냐를 선택해야 했다. 결국 바다로 뛰어든 사람들만 모두 생존했다. 이후로 불타는 갑판은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올해 주요 한국 기업들도 모든 게 불확실한 불타는 갑판 위에서 변화와 혁신을 위한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창의적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2년 말 도입한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랩(Creative Lab)’은 창의적인 끼와 열정이 있는 임직원들에게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생겼다. 지난 6년여 동안 삼성전자는 C랩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신사업 영역을 발굴하고, 임직원들이 스타트업 스타일의 연구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왔다. 삼성전자는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현업에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발산하고 과감히 도전하는 창의적인 조직문화의 확산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다양한 분야의 업체들과 제휴 및 투자를 강화하는 ‘오픈 연구개발(R&D)’로 다가오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친환경차, 차량공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및 스마트카까지 분야와 업종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방위적인 상호협력으로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공유경제, AI, 스마트 모빌리티 같은 미래 분야 투자를 지속 확대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기술혁신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LG는 국내 최대 융복합 연구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를 통해 다양한 R&D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LG는 해외 유수 기업 및 중소벤처기업 등과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에 나서고 있다. 구광모 회장의 첫 대외행보도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테크 콘퍼런스’였다. 2012년 시작된 LG 테크 콘퍼런스는 우수 R&D 인력 유치를 위해 LG그룹 최고경영진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회사의 기술혁신 현황과 비전을 직접 설명하는 행사다.

SK하이닉스는 2016년부터 연간 2조 원 이상의 자금을 R&D에 쏟으며 기술 혁신에 주력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사상 최대 규모인 2조4870억 원을 R&D에 투입했다. 지난해 역시 9월 말 누적 기준으로 2조153억 원의 R&D 투자를 집행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치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역시 R&D 투자 규모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예정이다.

롯데그룹도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향후 5년간 전 사업 부문에 걸쳐 50조 원 수준의 사상 최대 투자에 나선다. 올해는 12조 원가량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국내 유화사를 인수했던 2016년 당시 투자액 11조2000억 원을 넘어서는 수치로 사상 최대 규모다. 롯데는 그룹의 양 축인 유통 부문과 화학 부문을 중심으로 2023년까지 사업 부문별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지속적으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유통 부문의 온라인 역량을 확대하는 한편 화학 부문은 국내를 기반으로 미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에도 힘을 싣는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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