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99% 제거”… ‘때’를 만난 에어드레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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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의류청정기’ 개발 스토리

삼성전자가 최근 첫 의류청정기 ‘에어드레서’를 출시했다. 왼쪽부터 제품 개발과 기획에 참여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김경한 프로,
 김현숙 상무, 우지현 프로. 오른쪽 사진은 에어드레서 문을 열었을 때의 내부 모습으로 옷 안팎으로 바람을 분사하는 특수 옷걸이에
 셔츠와 정장 재킷 등이 걸려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최근 첫 의류청정기 ‘에어드레서’를 출시했다. 왼쪽부터 제품 개발과 기획에 참여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김경한 프로, 김현숙 상무, 우지현 프로. 오른쪽 사진은 에어드레서 문을 열었을 때의 내부 모습으로 옷 안팎으로 바람을 분사하는 특수 옷걸이에 셔츠와 정장 재킷 등이 걸려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05년 미국 가전업체인 메이태그가 옷이 걸린 옷걸이를 흔들어 먼지를 터는 방식의 의류관리기를 내놨다. 이어 경쟁사인 월풀도 비슷한 제품을 내놨지만 소비자 반응은 차가웠다. 당시 삼성전자는 건조기 성숙 시장인 미국에서도 해당 제품이 실패한 이유를 분석했다. 옷의 주름과 냄새를 없애고 싶다는 소비자 수요가 있는 건 맞지만, 별도 제품으로까지 구비하기는 부담스럽다는 게 결론이었다. 여기에 착안한 삼성전자는 그해 주름을 펴주는 스팀 기능과 바람으로 냄새를 제거하는 ‘에어워시’ 기능이 탑재된 세탁기를 내놨다.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2014년 한국에 미세먼지 문제가 본격화됐다. 옷에 붙은 미세먼지는 공기청정기 정도로는 뗄 수 없고 오히려 집 안에서 날아다니면 폐암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어졌다. 그해 삼성전자는 “모든 제품에는 때가 있다”며 먼지와 냄새 제거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그렇게 5년간 본격화한 기술을 총망라한 제품이 최근 출시한 의류청정기 ‘에어드레서’다.

삼성전자는 최근 의류관리기가 아닌 ‘의류청정기’라는 새로운 제품군으로 에어드레서를 선보였다. 먼지를 수백 회 털어내는 기존 진동 방식과 달리 전용 옷걸이에서 나오는 바람으로 미세먼지를 제거하기 때문에 ‘관리’보다는 ‘청정’이라는 단어를 썼다. 제품 기획에는 삼성전자 내에서 ‘세탁기 엄마’라고 불리던 김현숙 생활가전사업부 상무가 투입됐다.

지난달 21일 수원사업장에서 만난 김 상무는 “매년 2∼3차례씩, 한 번에 200∼300명씩 소비자 조사를 했는데 2014년을 기점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요인이 주름 펴기에서 미세먼지 제거로 확 바뀌는 게 나타났다”고 했다. 그는 “주름 제거는 당연히 있어야 할 기능이 된 만큼 타사 제품과 달리 먼지와 냄새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2014년부터 산학 협력을 강화해 냄새와 미세먼지 제거 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특히 바람을 분사하는 ‘에어’ 기술 관련 특허를 잇달아 냈다.

에어드레서는 제품 위아래로 분사되는 ‘제트에어’가 옷에 묻은 미세먼지를 제거한다. ‘미세먼지’ 전용 코스를 사용하면 25분 이내에 미세먼지를 99%까지 제거할 수 있다. 김 상무는 “강한 선풍기 바람을 쓰는 수준이라 25분에 전기료는 8원 든다”고 했다.

진동으로 먼지를 흔들어 떨어뜨리는 기존 제품과 달리 에어 기술을 사용한 덕에 소음 문제도 해결했다. 표준 모드로 작동하면 일반 사무실 수준인 42dB이고 저소음 모드로 작동시키면 도서관 수준인 38dB까지 떨어진다. 거실이나 옷방이 아니고 안방에 놓고 써도 된다는 마케팅이 가능해졌다.

2004년부터 연구해 온 ‘광(光)촉매 필터’ 기술도 에어드레서에 적용되면서 10여 년 만에 제대로 빛을 봤다. 단순히 냄새를 옷에서 분리해내는 데 그치지 않고 빛으로 냄새 입자를 완전히 분해하고 재흡착되지 않도록 하는 게 기술의 핵심이다. 에어드레서 문을 열었을 때 퀴퀴한 냄새가 남아 있지 않도록 하는 데에 주력했다고 한다.

김 상무는 “에어드레서를 기획하고 개발하면서 미처 몰랐던 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고 반드시 제대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다”며 “생활의 공간과 격을 바꿔주는 ‘생활 가전’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제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전자#에어드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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