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현대차, ICT회사로 탈바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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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제가전전시회 2018]CES 현장서 만난 정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9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가전전시회(CES)에 참여한 차량용 단말기 전문 업체의 제품을 
체험해보고 있다. 첨단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해 전자산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 업체들의 신기술 경쟁은 
치열해졌다. 현대자동차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9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가전전시회(CES)에 참여한 차량용 단말기 전문 업체의 제품을 체험해보고 있다. 첨단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해 전자산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현대차를 비롯한 자동차 업체들의 신기술 경쟁은 치열해졌다. 현대자동차 제공
“카지노 했냐고요? 제 인생이 도박인걸요.”

9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 현장에서 만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에게 ‘라스베이거스에 와서 카지노에 한 번 가봤는지’ 묻자 예상 밖 답변이 돌아왔다. 1970년생 개띠인 정 부회장은 “50년 가까운 인생을 돌아보니 잘 살았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고 후회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성실하게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전했다. 도박은 위기의 연속이다. 가끔 이길 때도 있지만 잠시뿐. 위기는 이내 다시 찾아온다. 위기가 일상인 삶 속에서 재계 2위 대기업을 이끄는 오너 경영인의 고민도 깊어 보였다. 그는 이날 기자와의 만남에서 각종 현안에 대한 속내를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중국에서 현대차 판매량이 급감했다. 지난해 1∼11월 중국 판매량은 66만4358대로 전년 동기보다 33% 줄었다. 정 부회장은 “위기가 굉장히 심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정 부회장은 위기 속에 상품 조직 디자인 등 모든 부문에서 변화를 시도했다. 지난해 중국 현지 맞춤형 차종 개발을 위한 제품개발본부도 중국에 세웠다. 그는 “좋은 주사를 맞은 것 같다”며 “작년에 겪은 어려움은 다시 오지 않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온몸이 아린 주사를 맞은 만큼 효과는 곧 나타날 것으로 그는 기대했다. 정 부회장이 밝힌 올해 중국 판매량 목표는 90만 대다. 사드 타격을 받기 전인 2016년 판매량 114만 대에 약간 못 미친다. 정 부회장은 “내년에는 완전히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수소전기자동차는 정 부회장과 현대차가 스스로 선택한 도박이다. 현대차는 8일 CES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2세대 수소차 ‘넥쏘’를 공개했다. 일각에서 수소차 개발이 맞는 방향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정 부회장은 수소차 성공을 확신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미래 수소차는 1회 충전으로 1000km를 갈 수 있다. 나라면 한 번 충전해서 일주일 동안 탈 수 있는 수소차를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자동차산업은 과거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변화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 경쟁이 가열되며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이 매우 중요해졌다. 정 부회장은 “첨단 자동차 개발을 위해 일하는 방식을 비롯한 모든 부분이 달라져야 한다”며 “현대차는 ICT 기업보다 더 ICT 기업과 같아지는 게 중요하고 큰 과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 부회장은 앞으로 동남아 자동차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동남아는 일본 업체들이 90% 이상 장악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여러 기업들이 경쟁을 벌이는 것보다 오히려 낫다. 확실한 차별화 전략을 가지고 들어간다면 시장 점유율 25%는 바로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CES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자마자 챙길 일로 ‘노사 임금협상’, ‘해외 권역별 책임경영 체제 마련’, ‘신형 벨로스터 출시’를 꼽았다. 첫 번째는 현대차에 대한 국민 여론을 악화시키는 핵심 이슈, 두 번째는 아버지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신년사에서 가장 앞세운 핵심 과제, 세 번째 언급한 벨로스터는 정 부회장이 직접 콘셉트를 고안해 개발된 자동차다. 벨로스터 판매는 신통치 않았다. 그야말로 쉬운 일이 없다. 스스로 말했듯이 도박 같은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라스베이거스=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정의선#현대자동차#ict#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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