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TF “가습기살균제 위해성 인정 안한것 잘못”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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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무혐의 처분 타당성 조사
“美환경청 독성 인정 수용 안했고 전원회의 아닌 소회의서 졸속의결”
공정위장 “시계 되돌리고 싶다” 사과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가습기살균제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 처리가 잘못 다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시곗바늘을 돌리고 싶을 만큼 아쉽다”며 공식 사과했다.

19일 가습기살균제 사건처리 평가 태스크포스(TF)는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표시·광고사건의 처리 과정에 실체적, 절차적 측면에서 일부 잘못이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위에 “추가 조사와 심의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TF가 이번에 다룬 내용은 지난해 8월 심의절차 종료(무혐의 처분)로 의결한 SK케미칼과 애경의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 사건이다. 이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공정위는 TF를 꾸려 사건 처리 과정을 조사해왔다. 과거 잘못을 정리하자는 취지에서다. TF는 권오승 서울대 명예교수(전 공정위원장) 등 교수 4명과 신동권 공정위 사무처장 등 공정위 관계자 2명으로 꾸려졌다.

TF는 공정위가 무혐의로 처리됐다는 이유로 ‘가습기살균제의 위해성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을 지적했다. 공정위는 당시 정부기관의 위해성 연구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위해성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TF는 미국 환경청이 CMIT/MIT 독성을 인정했고 SK케미칼이 작성한 물질안전보건 자료에도 해당 성분에 독성이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는데도 공정위가 위해성 증명을 너무 엄격하게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비자 중 폐 손상으로 사망한 피해자가 있는 상황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TF는 사건 처리 절차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당시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안전과 관련해 국민의 높은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공정위가 전원회의가 아닌 소회의로 의결 절차를 마쳐 공정위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대면회의가 아닌 전화통화로 심의를 진행해 논의가 깊이 있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윗선 외압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TF 평가에 대해 김 위원장은 “공정위 대표로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게 사죄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또 “어제(18일) 피해자 대표와 직접 장시간 통화하며 개인으로서, 공정위원장으로서 사죄를 드렸다.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싶은 만큼 판단에 아쉬운 대목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관련자 징계 여부에 대해선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공정위#가습기살균제#위해성#김상조#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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