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대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현장 점검에 착수한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사업자대출로 우회해서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기 침체 등으로 신용이 낮은 자영업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내몰리면 향후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8월에 발표할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현장 점검 결과를 반영할 계획이다.
○ 상호금융권, 가계대출 조이자 개인사업자대출 증가
금융감독원은 26일부터 농협 수협 신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중앙회와 합동으로 개인사업자대출 관련 현장 점검을 실시한다고 25일 밝혔다. 대상은 단위조합 및 새마을금고 15곳이다.
이번 점검에서 금감원은 개인사업자대출의 증가 원인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5월 말 현재 상호금융권의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34조 원으로 올 들어 20%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5월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230조 원으로 개인사업자대출 잔액보다 많지만 올 들어 증가율은 2%에 그쳤다.
금융당국은 올 들어 상호금융권의 가계대출을 조이자 가계대출을 못 받은 사람들이 개인사업자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3월 13일부터 자산 규모 1000억 원 이상 단위조합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한 데 이어 이달 1일부터는 이를 전체 단위조합으로 확대 적용했다. 이로 인해 가계대출은 대출 심사 기준이 깐깐해졌지만 개인사업자대출에는 각 조합이 재량으로 대출할 수 있는 여지가 여전히 있다. 가계대출을 못 받는 사람들이 개인사업자대출로 몰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자영업자 대출 잔액 500조 원 넘어”
이처럼 상호금융권에서 가계대출 수요자가 개인사업자대출을 편법으로 받는 것은 금감원의 자영업자 대출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해 말 5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자영업자 150만 명의 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자영업자의 총 부채는 2015년 말 460조 원에서 2016년 말 520조 원으로 60조 원 증가했다. 1년 새 약 13% 늘었다. 자영업자 1인당 약 3억5000만 원의 빚을 진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업자대출을 받지 못하는 영세 자영업자가 가계대출을 받은 것까지 포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가구당 금융부채 규모는 상용근로자 가구의 1.5배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제2금융권의 자영업자대출이 증가할수록 부실이 커질 위험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이달 초 간부회의에서 “필요하다면 현장 점검 등을 통해 규제를 회피하려는 사례가 없는지 면밀히 점검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대출 조이기’의 수위를 놓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저축은행의 연체금액이 5년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은행권 대출 조이기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말 현재 저축은행 79곳의 연체금액은 2조6426억 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1112억 원 늘어났다. 자영업자 대출 조이기가 자칫 폐업 증가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할 만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8월에 발표할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자영업자 실태를 반영한 대책을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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