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없던 황매실, ‘광양’ 이름 붙여 스타벅스 주인공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6일 03시 00분


식품업계, 원재료 토종 산지 개발… 지역 명칭 딴 제품 잇달아 출시
황매실 음료수 두달새 75만잔 팔려… 쉐이크쉑 매장에선 보성 녹차 팔고 CU는 완도김 김밥, 안동한우 버거… 본도시락, 울릉도 한상 도시락 메뉴로

식품업계에 원재료 산지를 내세운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광양 황매실 피지오’와 원료로 쓴 광양 황매실, 편의점
 CU(씨유) ‘PB컵라면’(사진 상단 왼쪽부터)과 CU ‘안동한우버거’, 본도시락의 ‘울릉도 한상 도시락’(사진 하단 왼쪽부터). 각 업체 제공
식품업계에 원재료 산지를 내세운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광양 황매실 피지오’와 원료로 쓴 광양 황매실, 편의점 CU(씨유) ‘PB컵라면’(사진 상단 왼쪽부터)과 CU ‘안동한우버거’, 본도시락의 ‘울릉도 한상 도시락’(사진 하단 왼쪽부터). 각 업체 제공
청매실에 비해 생산량이 많지 않은 황매실이 올해 스타벅스에서 주인공 대접을 받았다. 스타벅스코리아가 4월부터 이달 초까지 여름 시즌 탄산음료로 ‘광양 황매실 피지오’를 출시하면서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초 전남 광양시의 농가와 협의해 그해 7월 황매실 35t을 사들였다. 이후 10개월간 황매실청을 숙성하는 과정을 함께 진행했다. 황매실은 청매실을 따지 않고 익힌 것인데, 맛과 향은 좋지만 보존 기간이 짧아 판매에 애로가 많았다.

광양 황매실 피지오는 75만 잔 한정량이 프로모션 기간 도중에 모두 판매됐다. 이명훈 스타벅스코리아 음료개발팀 담당자는 “이번 신제품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황매실을 전국적으로 알리고 안정적인 수급처를 찾게 돼 농가에서 감사를 전해왔다”고 말했다.

최근 식품업계가 원재료 토종 산지를 자체 발굴해 지역 농가를 앞세운 제품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대기업의 책임 의식과 상생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중요한 소비자 마케팅 전략 중 하나가 된 셈이다.

글로벌 햄버거 프랜차이즈 쉐이크쉑 한국 매장에는 쉐이크쉑 진출 13개국 중 유일하게 ‘보성 녹차’가 음료 메뉴에 올라 있다. 운영사인 SPC그룹이 올해 1월부터 전남 보성군 다원에서 발굴해 판매하는 메뉴다.

햄버거와는 탄산음료를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동절기에도 손이 갈 수 있을 만한 음료가 필요했다. 검토 끝에 5대째 보성에서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보향다원의 녹차를 내놓기로 결정했다. 담백한 녹차 메뉴가 호응을 얻자 3월엔 녹차 셰이크, 녹차 커스터드 등 한정 신제품도 개발해 내놨다. SPC그룹 관계자는 “2014년 의성 마늘바게트, 2015년 진주 딸기 시리즈 출시 등 지역농가 상생은 그룹 차원에서 지속해온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등 간편식 시장에도 고급화 바람이 불며 지역 특산물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편의점업계 1위 CU(씨유)는 올해부터 전남 완도군과 업무협약을 맺고 모든 김밥과 주먹밥 상품에 완도 김을 활용하고 있다. 소비자 호응이 이어져 김밥·삼각김밥 제품군은 품목별로 올해 1∼5월 매출이 지난해 대비 10∼20% 상승했다. 이에 CU는 4월부터는 경북 안동 지역의 ‘안동한우’와 전북 지역 한우 브랜드인 ‘참예우한우’를 활용해 버거를 만들어 각각 영남 지역과 충청·호남 지역에서 한정 판매하고 있다.

한식 도시락 브랜드 본도시락도 3월 경북 울릉군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미역취와 부지깽이, 눈개승마 등 울릉도 특유의 나물과 오징어를 활용한 도시락 메뉴를 출시하기 위해서였다. ‘울릉도 한상 도시락’이라 이름 붙인 이 도시락은 3월 출시 이후 10만 개가 넘게 팔리며 고정 메뉴로 자리 잡았다.

지역 특산물을 앞세운 식품들은 소비자에겐 제품 신뢰도를 높이고 기업에는 상생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그만큼 주 식재료의 함유 비율에 유의하고 지명 마케팅이 남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요즘 품질을 믿을 수 있는 대표 산지의 식재료나 식품을 직접 직거래로 배송해 먹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만큼 대기업에서도 산지 마케팅의 유인이 늘고 있지만 원재료 비율 표기 등 신뢰 유지에도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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