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신 베트남으로 간 이마트… ‘노브랜드 제품 매출’ 韓의 2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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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마트 본사는 자체브랜드(PB) ‘노브랜드’의 국내외 실적을 정리하다 깜짝 놀랐다. 올해 1분기(1∼3월) 베트남 고밥점의 노브랜드 매출이 9억 원가량으로 한국(4억5000만 원) 점포당 매출의 두 배 수준이었다.

이형순 베트남 이마트 고밥점 팀장은 “미국 ‘코스트코’가 한국에 막 진출했을 때 PB 커클랜드가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외국산임에도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지금 베트남에서 노브랜드는 한국의 커클랜드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중국에서 한 번 쓴맛을 봤다. 2010년 27개까지 늘렸던 점포 수를 구조조정 끝에 현재 6개까지 줄었다. 만성 적자 때문이었다. 매장 수는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 이은 두 번째 해외 진출 국가인 베트남에 대한 기대는 높다. 2015년 12월 문을 연 1호점 고밥점의 지난해 매출은 380억 원으로 개장 당시 목표(350억 원)를 넘어섰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32% 올랐다. 2호점 부지도 확보 중이다.

베트남에서 해외 진출의 희망을 찾는 기업은 이마트뿐이 아니다. 베트남은 까다로운 중국 시장과 달리 정부 주도의 친기업 분위기에 한류(韓流) 프리미엄이 강한 편이다. 인구 9400만 명으로 중국에 비해 시장 크기는 작지만 동남아 시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포스트 차이나’로 각광받고 있다.

베트남 한류의 선봉장은 ‘K푸드’다. 베트남에서 이마트 노브랜드의 매출 상위 1∼5위가 모두 과자였다. 롯데리아는 매장 수 199개로 KFC를 누르고 시장 1위에 안착했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현지에서 고급 커피 및 베이커리 전문점으로 통한다. 베트남인들의 주요 교통수단인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무료로 발레파킹 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20, 30대 젊은층 사이에서는 뚜레쥬르의 커피 컵이나 빵을 든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문화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지난해 베트남에서 매출 2000억 원을 돌파했다. 초코파이의 베트남 파이 시장 시장점유율은 58%에 달한다. 아워홈도 제2의 해외 진출 국가로 베트남을 선택하며 최근 급식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설상인 아워홈 베트남 법인장은 “베트남은 최근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동남아 시장 공략에 있어 매우 중요한 국가”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베트남 투자는 계속 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베트남 직접투자는 약 22억7200만 달러(2조5900억 원)로 전년에 비해 43.9%나 늘었다. 중국(32억9900만 달러·3조7608억 원)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액수다. 베트남 호찌민과 하노이에 사무소를 둔 법무법인 제이피 관계자는 “제조 기업 진출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2014년 유통 규제가 완화된 뒤부터는 유통업체들의 진출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곽도영 기자
#베트남#이마트#노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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