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글로벌 리스크’가 된 양극화, 포퓰리즘으론 해결 못한다

  • 동아일보

 향후 10년간 세계의 성장 발전을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트렌드로 ‘경제적 격차 증가’가 꼽혔다. 세계경제포럼(WEF)이 17일 연차총회(다보스포럼) 개막을 앞두고 정치 경제와 사회 등 각계 전문가 745명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2017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다. 2위는 기후변화이지만 3위는 사회 양극화다.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가 국수주의와 보호주의 같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이어지면서 세계적으로 공동 대처해야 할 위협 요인이 된 것이다.

 글로벌 리스크로 떠오른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보스포럼이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을 올해의 주제로 삼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주제였던 4차 산업혁명은 세계화와 함께 증폭돼 테크놀로지와 교육, 수입 등에서 뒤처지는 사람들을 낳았다. 이들의 불만과 분노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정치로 지난해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됐고,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올해도 4월 프랑스 대선, 9월 독일 총선에서 포퓰리즘 정치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작지 않다.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 문제는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세계 상위 소득 데이터베이스와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2년 기준 한국의 상위 10% 소득집중도는 44.9%였다. 아시아 주요 국가 중 가장 높고 전 세계 주요국 중 미국(47.8%) 다음이다. 소통과 책임의 리더십으로 불평등과 양극화의 문제를 풀지 못하면 한국의 민주주의와 번영도 흔들릴 우려가 크다. 

 탄핵 정국에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주요 대선 주자들의 포퓰리즘적 공약이 난무하는 것이 걱정스럽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제 반값 등록금 실현과 서울대 폐지 등을 계층 간 격차를 해소할 교육 공약으로 제시했다. 반값 등록금 실현에 필요한 예산만 적어도 5000억 원이 들지만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뿐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은 없다. 일부 대선 주자는 이미 지난해 6월 스위스가 국민투표에 부쳤다가 부결된 기본소득제까지 주장하고 있다. 클라우스 슈바프 다보스포럼 회장은 “리더십은 특권 위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신뢰를 얻기 위한 진지한 노력 위에서 만들어진다”고 했다. 한국 정치권에서는 누가 이런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글로벌 리스크#포퓰리즘#경제적 격차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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