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손가락을 몇 번 튕기면 뭐든지 집으로 배달되는 시대다. 유통 업체들은 어떻게 하면 경쟁업체보다 더 나은 배송 서비스로 소비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배송 전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마트에 도전하는 온라인 업체들이 신선식품 영역까지 서비스를 확장하며 정면 도전에 나섰다.
대형마트 온라인몰,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3곳으로 나눠 기자 3명이 직접 배송 서비스 체험을 해봤다. 이마트 온라인몰, G마켓 내에 입점한 홈플러스 당일 배송, 위메프 신선식품 전용 서비스인 ‘신선생’이 대상이다. 주문 편리성, 배달 제품 상태, 배송비 부과 방침 등을 기준으로 놓고 서비스 품질을 비교해 본다. 주문 제품은 무르거나 상하기 쉬운 딸기, 계란, 우유, 바나나로 정했다. 낱개 선택 주문이 가능한지 살펴보기 위해 감자도 포함했다. ○ 이마트몰(김현수 기자)
유통업체들 간 온라인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 일대에 전용 물류센터를 만들어 당일 배송을 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경기 용인시에 있는 이마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보정센터. 이마트 제공3년 만에 이마트몰을 다시 찾았다. 당시에는 가까운 점포에서 배달원이 주문한 물건을 배송해주는 시스템이었는데 배송 예약도 쉽지 않았다. 계란이 깨져 흐른 채 배달된 이후 다시는 해당 사이트에 가지 않았다.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10일 처음 이마트 앱을 깔고 검색해보니 ‘쓱배송’이 가능한 상품을 찾기가 쉬웠다. 제품도 다른 사이트에 비해 훨씬 다양했다. 계란, 감자, 딸기, 우유를 장바구니에 넣고 보니 가격은 2만3740원. 이럴 수가. 배송비가 무려 3000원이 붙었다. 4만 원이 넘어야 무료 배송이었다. 공돈 쓰기는 싫어서 휴지, 물과 ‘피코크 짬뽕’을 더 넣었더니 4만5480원이 됐다.
배송 예약한 시간은 11일 일요일 오전 11시∼오후 2시. 정확히 10시 59분에 도착했다. 과거 깨진 계란 배송의 악몽을 넘어서는 순간이었다. 제품 상태도 좋은 편이었다.
배송비 빼고 아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 아이가 먹는 유기농 우유 브랜드도 있었고, 감자 용량도 600g에서 1kg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집에서 요리할 일이 별로 없는 사람들에게 무료 배송 조건 4만 원은 너무 높다. 계획한 소비가 아니었던 짬뽕을 주문하게 만들었다. ○ G마켓(한우신 기자)
G마켓에 홈플러스 당일 배송관이 있길래 5개 상품을 쉽게 한 번에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사정은 달랐다. 우선 G마켓의 홈플러스 배송관에는 딸기와 바나나가 없었다. 혹시나 해서 홈플러스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보니 딸기와 바나나를 팔고 있었다. G마켓에서는 홈플러스 내 특정 상품만 들여온 것이라 상품 다양성이 떨어졌다. 사고자 하는 상품이 없다 보니 무료 배송 기준인 4만 원을 채우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배송비 3000원을 지불하기로 결심하고 딸기와 바나나는 G마켓에 입점한 다른 판매자로부터 구입했다.
검색 기능이 복잡해 아쉬웠다. 홈플러스 배송관에서 바나나를 검색하면 바나나파이, 바나나칩, 바나나카레, 바나나롤케이크 등 바나나를 활용한 가공식품이 잔뜩 나왔다. 바나나가 들어간 카레를 사려고 ‘바나나’만 검색하지는 않을 텐데, 검색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G마켓 앱 자체에도 문제가 있었다. 배송 주소를 입력하려고 보니 도로명 주소 검색이 안 됐다.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새 도로명 주소밖에 몰랐기에 당황했다.
배달 제품 상태는 대체로 양호했다. 홈플러스 배송의 경우 상품을 받을 시간을 예약할 수 있는데 오후 8∼10시로 예약했더니 오후 8시 10분에 왔다. 딸기는 포장 용기 뚜껑이 꽉 닫히지 않고 ‘뽁뽁이’에 눌린 상태로 왔다. 바나나는 군데군데 멍이 들어 있었다.
G마켓 내 ‘홈플러스 배송관’이 홈플러스의 모든 상품을 이용하는 게 아니어서 활용도가 떨어진다. 오픈마켓은 개별 사업자들이 입점한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라서 여러 품목을 한꺼번에 사야 하는 ‘일상적인 장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기존의 편견을 극복하기 힘들 것 같다. ○ 위메프 ‘신선생’(최고야 기자)
‘감자 두 알도 배송된다’는 말을 믿고 기대가 컸다. 하지만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선택할 수 있는 품목 수가 턱없이 적었다. 딸기는 아예 팔지 않았다. 계란 10개짜리는 동물 복지를 생각한 6500원짜리 한 종류뿐이었다. 요즘 계란 값이 올랐다지만 평소 계란 1판(30개)이 6000원 안팎인 것을 생각하면 구매가 망설여지는 가격이다. 우유, 바나나도 고가 브랜드 제품밖에 선택할 수 없었다. 감자는 낱개로 살 수 없었고 4개를 한 묶음으로 팔았다.
대형마트 온라인몰처럼 배송비를 한 번만 결제하는 ‘장바구니’ 개념의 배송체계가 아니라는 것에 놀랐다. 묶음 배송이 되는 제품이 있고 안 되는 제품이 있어 여러 제품을 한꺼번에 골랐을 때 배송비가 여러 번 부과될 수 있다. 일요일 저녁에 주문했더니 화요일 오후에 도착했다. 신선식품 배송이 이틀 걸린 점에서도 마이너스 요소다. 무엇보다 바나나는 곰팡이가 핀 채 도착했다. 발 냄새를 연상시키는 시큼한 냄새도 났다.
서비스 도입 초기 단계라 개선해야 할 점이 굉장히 많아 보인다. 우선 품목을 늘리는 일이 시급하다. 바나나처럼 상한 제품이 없는지 꼼꼼히 검수하는 작업도 필요해 보인다. 다만 내용물이 상하지 않도록 스티로폼 박스에 완충제를 담아 정성스럽게 포장한 점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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