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시대 역주행하는 카드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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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온라인 발급 7% 불과… 대부분 모집인에 의존

 카드사들이 ‘디지털’을 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내걸고 있지만 온라인을 통한 신규 회원 모집은 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온라인에서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면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이 바뀐 뒤에도 카드사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온라인 신규 회원, 4년 동안 1%포인트 증가

 18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카드사 경로별 회원 모집 현황’을 분석한 결과 8개 전업 카드사들이 올해 상반기(1∼6월) 온라인을 통해 새로 확보한 회원은 전체 신규 회원의 6.83%로 집계됐다. 4년 전인 2012년(5.65%)과 비교했을 때 1.18%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카드사의 주요한 회원 모집 통로는 여전히 ‘신용카드 모집인’이었다. 올해 상반기 모집인을 통해 새로 확보한 회원은 전체의 45.91%였다. 2012년(51.54%)보다 5.63%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비중이 가장 높았다. 특히 신한 삼성 현대 등 ‘빅3’ 카드사 중 삼성카드가 56.65%로 모집인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최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핀테크 업체의 성장으로 위기에 직면한 카드사들이 너도 나도 ‘디지털’을 외치며 혁신에 나서고 있지만 기본적인 회원 모집 수단조차 오프라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 의원은 “온라인으로 카드를 발급하면 오프라인에 비해 모집 비용이 평균 18만 원 줄어들고 그 비용만큼 고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며 “오프라인 의존도가 높을수록 결국 고객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온라인 카드 발급 혜택 이벤트 ‘찔끔’

 실제로 지난달 30일부터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갔지만 카드업계는 소극적인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개정안은 고객이 자발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면 카드사는 연회비 범위 내에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전까지는 연회비의 10%를 초과하는 이익을 제공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직접 카드를 발행하지 않는 BC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 카드사 중 4곳만이 연회비의 100%에 이르는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캐시백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마저도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는 이벤트 기간(7일부터 31일까지)이 한 달도 되지 않는다. 현대카드는 발급받은 카드로 10만 원 이상 이용해야 한다는 조건도 걸었다. 나머지 3곳은 관련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법이 개정돼 뭐라도 하긴 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들 눈치만 보고 있다”며 “온라인 카드 시장의 고객들이 기존 오프라인 고객들만큼 수익을 내줄 수 있는지에 대해 아직까지 확인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 30대가 다수를 차지하는 온라인 시장의 경우 혜택만 쏙쏙 빼먹는 ‘체리피커(자기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가 많아 카드사들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상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카드사 입장에선 온라인 가입 비율을 늘리고 싶어 하지만 법에서 정한 바에 따르면 연회비 이상의 혜택을 주긴 어렵다”며 “올 초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면서 카드사의 또 다른 고객이라 할 수 있는 가맹점 쪽으로 혜택을 돌려주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카드사#온라인 발금#연회비#핀테크#신규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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